글렌 굴드 : 이 시간 너머로(Hereafter)
브루노 몽생종 제작 필름 2006년 피파 도르상에 빛나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글렌 굴드의 친구로 그에 관한 저서를 네 권이나 썼던 세계 제일의 글렌 굴드 전문가이며 필름 제작자인 브루노 몽생종의 회심작이다. 연주가의 생애를 그대로 더듬는 평범한 바이오그래피 수준이 아니라 예리한 통찰과 상상력으로 진한 감동을 유도하는 하나의 예술 영상이다. 굴드를 내레이터 역할로 만들었고 이제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동영상이나 사진 컷들을 어마어마하게 실었다. 연주나 인터뷰 장면 외에 해변을 거니는 굴드의 모습이라든가 자동차를 타고 가는 길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은 정말 꿈결 같다. 이제까지의 글렌 굴드에 관한 자료 중 가장 매혹적인 영상물이다. 2006년 피파(Fipa)상 음악 및 스펙터클 부문 수상작이다. 106분.
2006년 피파 도르상에 빛나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파리의 바이올리니스트, 작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필름 제작자로 최고의 명성을 얻은 브루노 몽생종이 2005년에 선보인 글렌 굴드 다큐멘터리 필름 <이 시간 너머로>가 드디어 DVD로 출시되었다! <예후디 메뉴인 금세기의 바이올린>, <리흐테르 수수께끼>등의 영상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 몽생종. 그는 굴드의 절친한 친구였으며 이미 글렌 굴드에 관한 책을 네 권이나 썼고, 23 에피소드 텔레비전 시리즈도 만든 바 있는 글렌 굴드 최고의 전문가다. 아마 인터넷을 통해 예고된 관련 자료를 접했던 애호가들은 이 굴드 다큐멘터리를 몹시 학수고대했을 것으로 보인다.
굴드의 친구로 그에 관한 것이라면 모르는 것이 없는 것 같고, 실제로 많은 자료를 보여주었던 몽생종에게 또 무슨 글렌 굴드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것인가? 몽생종도 제의를 받고 처음엔 잠시 주저했다고 한다. 그러나 프랑스 제작사 Ideale Audience와 가진 인터뷰에서 “굴드에 관한 또 하나의 다큐멘터리가 아닌, 뭔가 정말 독창적인 어떤 것을 만들어야 했다.”고 말함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도 특별한 작업을 했음을 과시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뭔가 특별한 통찰과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으로서의 다큐멘터리였다는 것이다. 아마 모든 것에 통달한 수준에 이른 전문가만이 새롭게 찾을 수 있는 출구라는 생각인데, 그 결과 깊은 명상과 증언, 아주 높은 수준의 영감으로 빚어진 영상물이 되었다.
몽생종은 이번 필름을 만들면서 세 가지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첫째는 글렌 굴드가 스스로 자신의 필름을 안내하는 내레이터로서의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많은 저작물과 인터뷰 내용과는 달리, 굴드 자신이 자신의 삶에 대해 세밀하게 스케치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들까지도 깊은 통찰로 보여준다. 굴드의 내면 곳곳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었던 몽생종이 아니면 구현할 수 없었던 대목이다.
둘째로는 굴드의 음악에 매료되었던 사람들, 그리고 현재도 여전히 그의 음악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출연시켜 굴드라는 피아니스트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고, 보편적인 호소력을 갖는 연주가인가를 보여주려고 했다는 점이다. 이점은 굴드의 연주를 하나의 기이한 현상 혹은 지나치게 평가절하해서 하나의 해프닝쯤으로 치부하려는 일각의 애호가나 전문가들의 입을 무겁게 하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존경하는 구스타프 레온하르트가 그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내외했던 사실을 기억해보자. 그런데 레온하르트의 의중은 확인하기 어렵더라도 주위의 많은 전문가나 애호가를 보면, 사실 그의 연주에 아주 독특한 형태의 반응을 보이는 점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것은 그의 연주를 반대하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자꾸만 그의 연주에 끌린다고 호소한다는 점이다. 그 예로 이 DVD에서 끌어내라고 한다면 필자는 모차르트의 소나타와 브람스의 인터메초 같은 음악을 꼽을 것 같다. 일견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음악들을 굴드는 참으로 감동적인 깊이의 연주를 들려준다. 그의 보편성은 레퍼토리에서도 증명된다. 바로크 음악에서 현대 음악에 이르기까지 그는 참으로 폭넓은 레퍼토리를 갖고 있는 보편적인 피아니스트가 아닌가! 굴드 하면 바로 떠오르는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리허설 포함)을 위시하여, 오르간을 위한 푸가, 칸타타 BWV54, 푸가의 예술, 영국 모음곡이 흐르며,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 피아노 협주곡 1번, 에로이카 변주곡, 소나타 Op.10, No.2, 모차르트의 환상곡과 푸가 K.394, 소나타 K.331, 쇼팽의 에튀드 Op.10 No.2, 브람스의 인터메초 Op.117 No.2, 베버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멘델스존의 론도 카프리치오소, 슈베르트의 교향곡 5번, 힌데미트의 소나타, 그리고 기번스, 스카를라티의 음악도 있다. 슈베르트 교향곡 5번은 물론 글렌 굴드 자신의 피아노 편곡 연주로, 쇼팽 주제에 의한 즉흥곡 같은 글렌 굴드 자신의 작품도 연주한다. 이 곳 레퍼토리만으로도 확실히 그가 특이하지 않고 보편적인 피아니스트라는 점을 각인시킨다.
세 번째로 몽생종이 강조하는 것은 이제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동영상이나 사진 컷들을 보여주기 위해 자료실을 많이 뒤졌다는 점이다. 2006년 피파(Fipa) 상 음악 및 스펙터클 부문에서 수상작의 영예를 안았던 영상물인 점을 상기해보라. 다양한 소스에서 얻어낸 영상들이 아주 신기할 정도로 풍부하여 시각적인 구미도 충분히 돋운다. 지금까지 나온 글렌 굴드의 자료들, 열권이 넘는 책, 에세이집, 그리고 많은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기타 영상물을 모두 본 사람일지라도 신기하게 느낄 사진이나 동영상들은 아주 많다. “또 글렌 굴드야?” 하는 사람은 없고, “글렌 굴드가 이런 면도 있었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몽생종은 굴드를 절대로 평범한 연주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굴드를 ‘마지막 퓨리턴’이라고 부르며 기행을 일삼는 분방한 인물로 보려는 시각은 애초에 차단해버린다. 굴드가 사실은 엄격한 순수주의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세계는 가끔 오해되기도 하는데, 그것은 그 천재가 우리가 흔히 경험하고 도달하는 초월세계와는 다른, 어떤 독특한 감성의 세계를 응시하며 연주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몽생종은 영상물을 통해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고, 필름의 제목(필자는 프랑스어 제목 ‘Au dela du Temps’이 더 좋아 그것을 번역했다)도 그런 생각에서 붙여진 것처럼 보인다. 몽생종의 이 놀라운 통찰은 그의 연주에 어정쩡하게 한발을 들여놓았던 혹은 잠깐 고개를 돌렸던 사람들을 모두 돌려세운다. 106분. 보고 나면 명화 한 편을 깊은 감동으로 감상한 느낌이다. 연주 장면, 인터뷰 장면 외에 해변을 거니는 굴드의 모습이라든가 자동차를 타고 가는 길에 펼쳐지는 천국처럼 아름다운 풍광 등 매혹적인 영상은 정말 꿈결 같다. 글렌 굴드의 모습을 새롭게 그리고 바르게 볼 수 있는 창을 마련해준 아주 유익한 영상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