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심플 맨 >
⊙ 영국의 독특한 화가 L.S.라우리를 무용으로 되살린 ‘그림같은’ 발레 이 영상물은 영국이 자랑하는 개성적인 화가 L.S. 라우리의 탄생 100주년(1987년)을 기념하여 BBC 방송이 안무가 길리안 린에게 의뢰한 작품이다. 린은 뮤지컬 <캐츠>, <오페라의 유령>을 안무한 것으로도 유명한 무용수 출신이다. 라우리는 20세기초 영국 북부의 산업지대의 삶을 잘 그려낸 대가이며, 태어날 때부터 자신을 미워한 모친과의 기나긴 애증관계로 영국 문화계에 유명한 일화를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길리안 린의 발레에서도 가장 중요한 모티브는 모친과의 갈등,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혈육의 사랑이다. 린은 라우리의 가장 유명한 작품들을 깊이 연구해서 그 분위기를 각 장면에 인상적으로 살려냈다. 따라서 이 발레에서는 여러 편의 회화를 보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로열 발레 출신의 크리스토퍼 게이블이 라우리 역을 맡았으며, 그의 모친에는 발레영화 <분홍신>으로 유명한 모이라 쉬어러가 당시 60세의 나이로 출연하여 열연한다. 음악은 영화 <오만과 편견>의 칼 데이비스가 작곡하여 직접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Opus arte OA0914D
○ L.S. 라우리(Lawrence Stephen Lowry, 1887~1976)는 영국 북서부 맨체스터 태생의 화가이다. 라우리는 순수한 아마추어이며 ‘일요일의 화가’라고 알려져 왔지만 이는 잘못 인식된 것이다. 그의 그림의 대부분은 그가 30년 이상 살았던 샐포드를 다룬 것인데, 20세기 초반 영국 북부의 삶을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냈다. 구상화이면서도 여기 등장하는 인간 군상의 독특한 표정과 포즈 등등에 사실성을 뛰어넘는 풍부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이밖에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풍경화나 생각에 잠긴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고, 사후에는 인형이 등장하는 비밀스런 작품도 발견되었다.
○ 피아노 교사였던 라우리의 모친은 자신의 언니가 출중한 딸을 셋이나 낳은 걸 보고 자신도 딸을 바랬다. 그러나 평범하다 못해 어수룩한 아들을 낳자 크게 실망하고 평생 눈길을 주지 않았다. 라우리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라우리는 이 신경질 많고 우울증에 빠진 모친에게 거부할 수 없는 사랑으로 헌신했다. 그녀가 깨어있는 동안에는 병구완을 했고 잠든 동안에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모친이 세상을 떠난 다음에는 라우리도 심한 상실감에 빠졌다. 라우리는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
○ 영국의 여류 안무가 길리안 린은 클래식과 재즈 발레 양면에 정통한 인물이며, 순수 발레만이 아니라 뮤지컬, 영화, 그리고 오페라를 넘나들면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중 그녀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장르는 뮤지컬인데 <캐츠>를 1982년에, <오페라의 유령>을 1988년에 안무했다. <어 심플 맨>은 순수한 발레로는 그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