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풍월당에 흐르는 음악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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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풍월당 작성일08-11-13 16:50 조회20,424회 댓글1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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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바흐 1집


지금 흐르는 음악- bach/ sicilano in g minor (from flute sonata, BWV1031)


연주 : Tatiana nikolayeva,piano


















작년 조선일보 "일사일언"에 썼던 원본글입니다.


이 음반을 듣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함께 올려봅니다.






 




블랙커피의 추억


2007년 조선일보 일사일언 - 글: 최성은






그녀를 처음 본 날을 기억한다.



해운대 동백섬에 짙은 자주색의 동백꽃들이 쑥스럽게 고개를 내미는 늦가을로 기억된다.



아직은 이른 듯 한 검정 겨울코트를 입은 아가씨가 매장으로 들어왔다.




두 손은 검정 장갑으로 가려져 있었다.




피아노음악들이 진열된 곳에서 열심히 음반을 고르고 있는 그녀에게 커피 한 잔을 권했다.




그녀는 블랙으로 달라고 짧게 대답했다.




매장 직원들과 손님들은 그녀의 옷차림에 자꾸만 시선을 돌렸다.






종이컵에 담긴 자판기 블랙 커피를 들고 그녀에게 다가갔는데



그녀는 장갑을 낀 채 두 손으로 커피를 건네 받았다.



그런데 커피를 건네 받는 그녀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커피를 주고 돌아서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고개를 돌려보니



커피를 음반 위에 쏟은 채
그녀는 심하게 당황해 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그녀는 같은 옷차림으로 여러 차례 매장을 찾아 왔다.




올 때 마다 피아노 음반만 많이 구입했으며, 항상 블랙 커피를 마셨다.




그때 마다 떨리는 그녀의 손으로 인해 종이컵은 늘 불안해 보였다.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그녀는 세련된 이미지 보다는 단아하고 깔끔한 인상 이였고



하얀 얼굴에 경직된 두 손과 희미하게 흩어지는 눈물 사이로 짙은 외로움이 보였다.






 

그녀의 방문이 잦아지기 시작한 어느 날 나는 그녀를 위해 큰 머그잔을 하나 구입해서 매장에 가져다 놓았다.




수전증이 심한 그녀를 위해 좀 더 안정된 컵을 준비한 것이다.




그녀는 한 참 교향곡에 빠져있던 나에게 피아노 독주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었고,



피아니스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까지 전해주며 (나를) 피아노 음반에 더욱 심취하게 했다.






 

그러던 중 나는 그녀가 피아니스트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몇 달 후 그녀는 손 치료와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녀가 떠나고 일주일쯤 지났을까…. 소포 하나가 도착했다.




거기엔 러시아 피아니스트를 너무도 좋아하던 그녀가 보낸 두 장의 음반과 함께



떨리는 손으로 쓴 듯한 짧은 쪽지가 있었다.






 


"당신이 커피를 담아준 그 큰 머그잔은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






 


그 날 나는 검정 장갑 속에 가려진 하얀 손으로 피아노 치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녀가 선물한 티티아나 니꼴라예바가 연주하는 바흐와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가 연주하는 슈베르트 음반을 종일 들었다.




좋아하지도 않는 블랙 커피를 마시면서…






어쩌면 그녀는 그토록 원하던 어느 음악대학교의 교수가 되어 학생들에게 그 날의 추억을 이야기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은 떨리지 않는 두 손으로 블랙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감싸쥔 채로 ...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ALES5013


댓글목록

junar님의 댓글

junar 작성일

그랬군요.<br />이 글은 검색해서도 못본것 같네요.^^<br />피아노로 초대하기에는 딱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br />바흐로 초대하기에도요.

silverwing님의 댓글

silverwing 작성일

아......성은님의 이 글, <br />풍월당을 알기 전 어느 날엔가.....어디에선가...<br />읽은 적이 있습니다. 따뜻한 수필이라고 느꼈죠.<br />그 두 장의 앨범엔 어떤 곡이 있었을까...했는데,<br />여기에서 듣게 되네요. <br /><br />어제 새벽녘 이 음악에 꽂혀서 오늘 하루 종일 그리워했어요. <br />귓가에 맴돌더라구요.  건반 하나 하나를 사랑으로 감싸는 따찌아나의 연주가요......

흐르는음악팬님의 댓글

흐르는음악팬 작성일

다른 글들도 올려주세요. (조선일보)<br />여러번 쓰신걸로 알고있는데 원본글을 보고싶어요.<br /><br /><br />

조형진님의 댓글

조형진 작성일

아.. 이 음반 한때 꽤 즐겨 들었었는데, 지금은 다른 음반들에 밀려 잠시 겨울잠(?)을 자고 있네요. ^^; 내일 꺼내서 다시 한 번 들어봐야 할 듯..

gracejoo님의 댓글

gracejoo 작성일

참 ..좋아요. 저도 이렇게 연주할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손 끝에 영혼이 있네요.

심미숙님의 댓글

심미숙 작성일

겨울속에 가을을 느끼게 하는..점심후에 햇볕이좋은 창가에서 피아노 소리에 귀를기울입니다...좋은 음악에 감사하는마음으로..행복합니다..^^

금미정님의 댓글

금미정 작성일

음반을 구할수 있을까요? 참~ 좋네요...<br />

서문호님의 댓글

서문호 작성일

아름다운 바흐의 소품 고맙습니다..

최임화님의 댓글

최임화 작성일

너무 아름답다고 ...<br />저또한 요즘 피아노 연주음악에 푹~ 빠쪄 살고 있는데...<br />이렇게 음악만 듣고 살고싶어라~........

김정희님의 댓글

김정희 작성일

외로움을 다 채울 수 없어서..세상에 음악이 존재하나봐요....

gracejoo님의 댓글

gracejoo 작성일

음반구하고 싶은분 있네요 저도요 .전화할까요? 문의에 예약하라시던데 음반문의란에올리면되나요? 전화할까요?

조현경님의 댓글

조현경 작성일

언니 마지믹으로 본 곳은 부산의 국도에선데 오늘 문득 국도 레코드가 생각나더군요 연습 마치고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가던 그곳  2층을 올라가면 내가 연습하던 곡과 클래식을 나보다 더많이 알아서 항상 물어보고 사던 언니모습이 .....<br />서울로 시집와서 그때산 cd 속 이 음악이  풋풋한 내 대학시절이 생각 나게하네요 이젠 너무 들어 튄 소리 나는 내 음반처럼 .......<br />요번주말 찿아가면 있을실 건가요? <br />그때처럼....<br />그때뵈요.

최성은님의 댓글

최성은 작성일

너무 이뻐져서 서로 몰라 볼 수 있으니 서로 꼭 인사합시다!<br />설레이는걸요.^^<br />

윤민혁님의 댓글

윤민혁 작성일

이 앨범 정말 최고네요.<br />들어있는게 모두 놓칠 곡이 없습니다.^^

ete님의 댓글

ete 작성일

이 음반 구매 가능하면 예약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