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음의 마법을, 화려한 리듬을 머금은 음반

하비에르 페리아네스가 연주하는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키보드 소나타

음반을 들을 때, 첫 음만으로도 사람을 사로잡는 순간이 있습니다. 피아노의 첫 울림이 맑게 퍼지고,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리듬이 정확히 귀에 와닿을 때, 어느새 스피커 앞에서 시간을 잊게 만드는 그런 음반이지요. 올해 하반기에 발매된 하비에르 페리아네스의 스카를라티 피아노 소나타 음반이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도메니코 스카를라티는 나폴리 출신으로, 위대한 작곡가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의 아들입니다. 당시 나폴리는 스페인의 지배 아래 있었고, 스카를라티 역시 명성을 얻어 스페인 왕실에서 활동했지요.

스카를라티의 음악은 화려함과 단순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며, 페리아네스의 연주는 그 두 요소를 한층 우아하고 자연스럽게게 드러냅니다. 각 소나타의 선율은 귀에 오래 남고, 그의 리듬감은 스카를라티 시대의 스페인 음악을 현대적으로 다시 만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때로는 종소리처럼 맑고, 때로는 플라멩코처럼 활기차며, 때로는 궁정의 기품이 느껴집니다.

두 차례 입고될 때마다 바로 품절되었던 음반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넉넉히 준비했습니다. 다가오는 겨울밤을 함께하기 좋은 음반입니다.

함께 만나기: 마뉴엘 블라스코 데 네브라의 피아노 소나타 (미리듣기: https://vimeo.com/396387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