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C major 외 새 영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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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풍월당 작성일26-04-20 17:24 조회4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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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major

770508 (2DVD), 770604 (Blu-ray)
2021년 빈 슈타츠오퍼 실황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죠반니> (한글자막)
필립 조르당(지휘), 빈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 합창단, 카일 케텔센(돈 죠반니), 아인 앙거(기사장), 한나-엘리자베트 뮐러(돈나 안나), 스타니슬라프 바르바이락(돈 오타비오), 케이트 린지(돈나 엘비라), 필립 슬라이(레포렐로), 파트리차 놀츠(체를리나), 배리 코스키(연출)
▶ 배리 코스키와 필립 죠르당이 힘을 합친 모차르트-다 폰테 사이클의 빛나는 출발
호주 출신의 스타급 오페라 연출가 배리 코스키는 필립 죠르당이 빈 슈타츠오퍼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이던 2021년부터 2024년 사이에 모차르트–다폰테 삼부작을 모두 연출했다. <돈 죠반니>가 공연 순서로는 시작이었지만 영상물은 작곡 순서대로 <피가로의 결혼>에 이어 두 번째로 나왔다. 코스키는 이 오페라를 “바람둥이의 낭만”이 아니라 “섹스 중독자의 붕괴”로 묘사한다. 돈 조반니는 매력적인 악당이 아니라 타인을 소비하는 존재이고, 무대는 추상화되어 인간의 내면과 공허한 관계를 드러내며, 코미디는 점점 불편한 잔혹함으로, 피날레는 도덕적 심판보다 자기 파괴로 읽힌다. 출연자들은 가사의 의미를 깊이 파헤친 세밀한 연기와 가창을 펼치며, 필립 죠르당은 빠르고 명료한 템포, 세련된 고전적 균형감으로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보조자료]
- '다 폰테 사이클'이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베네치아 출신의 대본작가 로렌초 다폰테와 협력한 세 편의 오페라 부파를 가리킨다. 그중 두 번째 작품인 <돈 죠반니>(1787)은 '오페라 부파'로는 묵직한 내용이고, 바보 취급을 당하는 베이스 배역인 '바소 부포'의 전형이 등장하기 않기 때문에 '드라마 죠코소'(웃기는 드라마)라고 구분하기도 하지만 역시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보면 레포렐로, 체를리나와 마제토 등 비교적 조연급이 부파적 인물이고, 돈 조반니는 중립적이며, 돈나 안나, 돈나 엘비라, 돈 오타비오는 부파의 영역을 벗어난다.
- 배리 코스키는 이 작품에 오랫동안 덧씌워져 온 낭만적 환상을 제거했다. 돈 조반니는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그는 끊임없이 욕망을 투사하고, 그 욕망을 통해 자신을 유지하려는, 일종의 섹스 중독자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반복되는 행위이며, 관계는 교감이 아니라 소비에 가깝다. 코스키는 구체적인 시대나 장소를 암시하는 장치도 제거하고 어둡고 추상적인 공간을 제시한다. 이 공간은 인물들의 행동과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실험실 같다. 장식이 사라진 자리에는 몸과 움직임, 그리고 인물들 사이의 긴장이 남는다. 한편 레포렐로는 주인의 행동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인물로 재구성된다. 특히 ‘카탈로그 노래’에서 드러나는 수많은 정복의 기록은 반복과 집착이 만들어내는 공허를 강조한다. 여성 캐릭터인 돈나 안나, 돈나 엘비라, 체를리나는 욕망의 구조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는 존재들이다. 극의 초반부는 빠른 템포와 신체적 코미디를 통해 관객의 웃음을 유도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웃음은 점차 불편함으로 변질된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권선징악의 교훈으로 닫히기보다 인간 존재의 공허와 파괴성을 드러내는 의미로 남는다.

770708 (2DVD), 770804 (Blu-ray)
2024년 드레스덴 젬퍼오퍼 실황 - 리하르트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한글자막)
크리스티안 틸레만(지휘),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 & 슈타츠오퍼 드레스덴 합창단, 클라우스 폴로리안 포크트(트리스탄), 카밀라 닐룬트(이졸데), 게오르크 제펜펠트(마르케 왕), 마르틴 간트너(쿠르베날), 타냐 아리아네 바움가르트너(브랑게네), 마르코 아르투로 마렐리(연출)
▶ ‘바그너 지존’ 틸레만 지휘와 ‘현대의 고전’ 반열에 오른 마렐리 연출의 만남
2012년부터 드레스덴 슈타츠칼레와 젬퍼오퍼를 이끌었던 현역 최고의 바그너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은 자신의 드레스덴 임기가 끝나는 2023-24 시즌의 핵심 레퍼토리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선택하고, 관객들이 바랬던 최고의 캐스팅을 꾸려 무대에 올렸다. 보기 드물게 미성의 바그너 테너인 클라우스 플로리안 포크트는 놀랍게도 트리스탄을 처음 부른 롤 데뷔였지만 카밀라 닐룬트와 함께 “과열된 바그너” 대신 “음악적으로 정제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구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연출은 1995년 취리히 오페라에서 시작된 마르코 아르투로 마렐리의 유명한 프로덕션을 사용했다. 무대장치가 출신인 마렐리의 연출은 주인공의 내면을 투사한 듯한 간결하고 상징적인 무대와 의상 디자인으로, 음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데도 한몫해냈다.
[보조자료]
-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1865)는 금단의 사랑을 다룬 유명한 켈트 신화에 바탕을 둔 것이지만, 궁지에 빠졌던 바그너를 금전적으로 도운 은인 베젠동크의 아내 마틸다를 사랑한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오페라다. 그만큼 절절했기에 '죽음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냈다. 배경은 아일랜드, 영국 남서부 콘월, 프랑스 서부 부르고뉴 등 켈트족 지역으로, 게르만을 포함하는 광의의 북유럽권이다. 트리스탄은 큰 전쟁을 벌인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를 왕비로 맞아들이라고 콘월의 왕인 삼촌 마르케에게 권한다. 하지만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묘한 사이다. 전쟁 중 트리스탄은 이졸데의 약혼자를 죽였지만 자신도 치명상을 입고 치유 능력이 있는 이졸데를 찾아갔는데, 트리스탄의 정체를 안 이졸데는 그를 죽이기는커녕 비밀의 사랑이 싹텄다. 콘월로 향하는 배에서는 독약으로 잘못 알고 마신 사랑의 묘약까지 더해진다. 이졸데가 왕비가 된 뒤에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어느 날 두 사람이 탐닉의 밤에 빠져있을 때 사냥을 나갔다던 마르케 왕이 들이닥친다. 트리스탄을 시기한 신하 멜로트의 계략이었다. 트리스탄은 멜로트의 칼에 치명상을 입고 부르고뉴로 옮겨져 죽는 날을 기다리고, 이졸데가 그를 찾아온 것을 확인하는 순간 죽고 만다. 이졸데 또한 죽고 싶다는 의지만으로 서서히 숨이 끊어져 간다.
- 마르코 아르투로 마렐리(1949~)는 이탈리아계 스위스 연출가지만 주로 독일권에서 활동했다. 무대·의상 디자이너로 출발한 덕분에 시각 디자인을 중시하는 종합적 극장 예술가로 평가된다. 특정한 개념을 앞세우기보다는 음악과 드라마를 존중하면서, 절제되고 상징적인 무대를 통해 인물 관계와 정서를 또렷하게 드러내는 스타일이다. 특히 간결한 공간 구성과 세련된 미장센, 그리고 빛과 색채를 활용한 분위기 형성에 강점을 보이며, 음악극으로서의 오페라 본질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771108 (2DVD), 771204 (Blu-ray)
2018년 테아트로 레알 실황 - 샤를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 (한글자막)
단 에팅거(지휘), 테아트로 레알 오케스트라 & 합창단, 표트르 베차와(파우스트), 루카 피사로니(메피스토펠레스), 마리나 레베카(마르그리트), 스테판 드구(발랑탱), 세레나 말피(지벨), 알렉스 올레(연출)
▶ 실험실 과학자가 된 파우스트! 최고의 가수들이 최고의 성악적 성취를 이룬 실황!
1818년 설립(건물 완공은 1850년)된 마드리드의 테아트로 레알의 200번째 시즌 개막작답게 초호화 캐스팅의 실황이다. 표트르 베차와(파우스트)는 강렬한 성량과 세련된 프레이징으로, 마리나 레베카(마르그리트) 섬세하면서도 드라마틱한 해석으로, 루카 피사로니(메피스토펠레스)는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존재감으로, 스테판 드구(발랑탱)는 부드러운 안정감으로 찬사를 받았다. 첨단기술, 기계장치, 영상을 적극 활용하는 연출그룹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공동창립자이자 대표적 연출가인 알렉스 올레는 전통적 접근 대신 파우스트를 미래 과학자의 모습으로 재해석했다. 무대는 불로장생을 꿈꾸는 기계적-생물학적 이미지가 결합된 실험실로 꾸며졌다.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무대가 늘 그렇듯 호불호가 엇갈렸으나 참신한 시도인 것은 분명하다.
[보조자료]
- <파우스트>는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1790년부터 1831년에 걸쳐 쓴 장편 희곡이다. 16세기 독일 지역에서 활동했다는 주술사 겸 연금술사 파우스투스의 일화에 근거했으며, 문학으로는 16세기 후반의 영국 작가 크리스토퍼 말로우의 <파우스트 박사>(1588)가 먼저 쓰였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1부와 2부로 구성되는데, 청춘의 회복한 파우스트와 마르그리트에 대한 사랑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 1부가 더 널리 알려졌다. 2부는 독일적 영웅으로서 파우스트의 모험담과 그의 구원을 다룬다.
- 괴테의 <파우스트>는 워낙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대작인 탓에 독일 작곡가들은 오히려 오페라로 만드는 것을 두려워했다. 대신 프랑스와 이탈리아 작곡가들이 도전했다.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1846)은 원래 칸타타로 구상했고 오페라로는 조금 인기가 덜한데, 그보다 13년 후 등장한 구노의 <파우스트>(1859)가 최고 인기작이고 역시 프랑스 오페라다. 이탈리아 오페라로는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1868)가 잘 알려졌다. 이탈리아 출신인 부조니의 <파우스트 박사>(1925)는 독일어 대본이지만 괴테보다는 파우스트의 원형 전설에 입각한 탓에 내용이 좀 다르다.
- 도전적인 연출보다 완성도 높은 성악진에 찬사가 쏟아진 실황이다. 폴란드 테너 표트르 베차와(1966~)는 특유의 시원한 열창 스타일로 금세기 초반부터 계속 성가를 높여온 최고의 테너이며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동유럽 레퍼토리에 모두 강점을 지녔다. 2025년 인터내셔널 오페라 어워즈 여성가수상 수상자인 라트비아의 마리나 레베카(1980~)는 맑고 투명한 음색으로 리릭 소프라노 영역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이탈리아의 루카 피사로니(1975~)는 미남 바리톤으로 유명해졌지만 이제는 모든 역을 아우를 줄 아는 전방위 가수다. 프랑스의 스테판 드구(1975)는 부드럽고 독특한 음색으로 특히 자국어 오페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바리톤이다.

771608, 771704 (Blu-ray)
2023년 빈 무지크페라인 실황 - 안드리스 넬손스와 빈 필의 말러 교향곡 7번
안드리스 넬손스(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넬손스와 빈 필이 유기적 통합구조로 해석해 낸 말러의 가장 수수께끼 같은 교향곡
2023년 1월의 빈 필하모니 예약제(Subscription) 콘서트 실황이다. 수 년에 걸쳐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말러 사이클을 완료하는 등 말러 해석의 권위자로 자리 잡은 안드리스 넬손스가 교향곡 7번, 일명 ‘밤의 노래’를 지휘했다. 이 곡은 말러 교향곡 중 파편적이고 이해하기 쉽지 않은, 그래서 인기도 없는 편이지만 넬손스는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구조로 통합하고자 시도했다. 각 악장의 개별적 성격을 강하게 대비시키기보다 큰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이어갔고, 그 결과 단편적 인상 대신 서서히 전개되는 거대한 서사처럼 들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기타와 만돌린이 포함된 두 개의 ‘밤의 음악’ 악장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빈 필 특유의 음향, 즉 현악의 깊고 유려한 음색, 목관의 개성적인 발색, 그리고 금관의 절제된 광채도 넬손스의 일관된 해석 위에 풍부한 색채와 미묘한 음영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보조자료]
- 말러의 교향곡 7번(1905)은 수수께끼 같은 곡이다. 전통적인 교향곡 형식을 따르면서도, 밤의 정서와 환상적 색채를 중심으로 독특한 세계를 펼쳐 보인다. 흔히 “밤의 노래(Lied der Nacht)”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특히 가운데 세 악장이 보여주는 몽환적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1악장은 느린 서주로 시작된다. 호른이 제시하는 어둡고도 불안한 주제는 곡 전체의 출발점이 되며, 이어지는 알레그로에서는 행진곡적 리듬과 격렬한 전개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조성의 중심이 흔들리며,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면서 불안정한 정서를 드러낸다. 2악장은 첫 ‘야상곡’으로, 자연과 밤의 정취를 연상시키는 음악이다. 목관과 호른의 신호음, 그리고 목가적인 리듬이 어우러져 마치 밤의 행진이나 숲속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그 평온함 속에 기묘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3악장은 스케르초인데 뒤틀린 왈츠와 불규칙한 리듬, 그리고 기괴한 음향 효과를 통해 불안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이다. 4악장은 두 번째 ‘야상곡’으로 친밀하고 서정적인 성격을 띤다. 기타와 만돌린이 등장해 실내악적 음향을 만들어내며, 세레나데를 연상시키는 따뜻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앞선 악장의 불안과 대비되는 순간적 안식처럼 들린다. 마지막 5악장은 갑작스럽게 밝고 환희에 찬 분위기로 전환된다. 장중한 금관과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돋보이는 이 피날레는 축제적이며 외향적인 성격을 지니지만 그 과도한 밝음 때문에 오히려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빈 필의 ‘예약제 콘서트’란 정기회원권을 가진 관객을 위한 시즌 공연 시리즈를 뜻한다. 한 시즌의 정해진 프로그램들을 묶어서 판매하는 전통적인 운영 방식이다. 빈 필의 근거지인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주로 낮에 열리는데, 이 회원권을 구매하려면 10년 이상 기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빈 필은 음악감독이 없으므로 매번 검증된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초청된다는 점도 미덕이다.

772208, 772304 (Blu-ray)
2025년 테아트로 라 페니체 실황 - 라 페니체 2025년 신년 음악회 (한글자막)
다니엘 하딩(지휘), 테아트로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 & 합창단, 마리안젤라 시칠리아(소프라노),
프란체스코 데무로(테너)
▶ 빈 필 신년음악회 다음가는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신년음악회, 그 2025년 실황!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극장은 로시니, 도니체티, 벨리니, 베르디 등의 이름이 깃든 이탈리아 오페라 역사의 성지다. 1853년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가 이곳에서 초연되었고, 루키노 비스콘티의 영화 <센소>(1954) 중 <일 트로바토레> 장면이 이 극장에서 촬영되었다. 1996년 화재로 전소(全燒)되었던 이 극장은 이전 모습대로 재건되어 2003년 재개관하면서 신년음악회를 시작했다. 베네치아에서 인기 높은 정명훈도 2018년부터 3년 연속 이 신년음악회를 지휘한 바 있다. 빈 필의 신년음악회와 달리 라 페니체 신년음악회는 동 극장 오케스트라의 실력을 자랑하는 관현악곡과 함께 초대가수들의 오페라 아리아와 이중창 중심으로 꾸며진다. 2021년과 2023년에도 이 콘서트를 지휘했던 영국의 다니엘 하딩이 다시 포디엄에 올라 이탈리아 소프라노 마리엔젤라 시칠리아, 테너 파비오 프란체스코 데무로와 함께 무대를 빛냈다.
[보조자료]
- 라 페니체는 ‘불사조’란 뜻이다. 그 이름처럼 동 극장은 1836년과 1996년 두 차례의 큰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불사조처럼 다시 지어졌다. 1996년 화재 이후에는 비스콘티의 영화 <센소>에서 라 페니체 공연 장면을 찍은 화면이 내부 장식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 라 페니체 신년음악회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오페라하우스 전속악단이지만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의 연주력을 과시하는 것과 이탈리아다운 오페라의 향연이 그것이다. 초대가수들의 아리아와 이중창의 끝은 <라 트라비아타>중 ‘축배의 노래’를 택하는 것이 일반화되어있고, 공식적 앙코르는 이 극장 합창단이 부르는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다. 과연 오페라의 나라, 오페라의 도시답다. 이날은 1부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을, 2부는 로시니의 <도둑까지>,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 푸치니의 <토스카>, <라보엠>, <투란도트>, 구노의 <파우스트> 비제의 <아를의 여인>, <카르멘> 등에서 선곡되었다. 약간의 발레 장면도 삽입되어 있다.
- 영국 지휘자 다니엘 하딩(1975~)은 가장 세련되고 지적인 해석으로 평가받는 지휘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십대 시절부터 악보에 대한 탁월한 이해력을 보였고, 사이먼 래틀과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해 이른 나이부터 국제무대에 빠르게 진입했다. 하딩의 지휘는 명료한 구조감과 투명한 음향, 그리고 감정의 과잉을 절제한 지적 균형으로 특징지어진다. 하딩은 음악 외적인 이력으로도 주목받는데, 항공기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상업용 항공기 조종사 자격을 취득해 활동하기도 했다. 이러한 다층적 경력은 그를 단순한 지휘자를 넘어 현대적 감각과 폭넓은 교양을 갖춘 예술가로 인식하게 만든다.
OpusArte

OA1396, OABD7331 (Blu-ray)
2022년 로열 발레 실황 - 프레데릭 애쉬튼 <발레의 장면들>, <시골에서의 한 달>, <랩소디>
에마누엘 플라송(지휘), 로열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사라 램, 바딤 문타기로프(발레의 장면들), 마리아넬라 누네스(시골에서의 한 달), 프란체스카 헤이워드, 마르셀리노 삼베(랩소디), 프레데릭 애쉬튼(안무)
▶ 로열 발레의 전설적 안무가, 프레데릭 애쉬튼의 매혹적인 중편들을 묶은 트리플 빌
트리플 빌(Triple bill)은 세 작품을 한 프로그램으로 묶어 한 번에 공연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용어는 특히 무용에서 자주 쓰이는데, 예를 들어 하룻저녁에 고전, 모던, 추상 발레 한 편이 묶인다면 가장 이상적인 트리플 빌이다. 다만 작품마다 30분 내외의 중편인 경우가 보통이다. 본 영상에는 로열 발레의 역사를 상징하는 안무가 프레데릭 애쉬튼(1904~88)의 다양한 중편들이 담겼다. 세 작품의 스타일이 대조적이다. <발레의 장면>들은 추상적이지만 고전 발레의 스타일을 살려 신고전주의풍이며, 투르게네프 원작의 <시골에서의 한 달>은 길지 않지만 애쉬튼의 장기인 아기자기한 스토리 발레다. <랩소디>는 추상발레이면서 고전 발레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테크닉을 잘 살린 작품으로 유명하다. 현재 로열 발레 최고 스타들이 거의 총출동했다.
[보조자료]
- 세기의 발레리나 마고트 폰테인을 춤추게 했던 프레데릭 애쉬튼(1904~1988)은 안나 파블로바의 춤에 감명받고 뒤늦게 발레에 입문한 바람에 일찌감치 무용수보다 안무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1935년부터 새들러스 웰즈 발레와 로열 발레의 전신인 빅 웰즈의 무용수 겸 안무가가 된 이래 1970년까지 무려 35년간 동 발레단의 예술적 성취를 주도하며 80편이 넘는 작품을 안무했다. '가장 영국적인 안무가'라는 평을 듣는 그는 대체로 푸근하고 서정적이고 가족적이며 아기자기하고 짜임새가 뛰어난 작품들을 만들었는데, 극적 구성의 발레를 선호하면서도 이야기 자체보다는 춤으로서의 뉘앙스를 중시했으며, 신고전주의 풍의 추상적 발레도 몇몇 있다.
- <발레의 장면들>은 신고전주의적 성격이 강한 작품으로,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 맞추어 보다 형식적이고 건축적인 안무를 선보인다. 군무의 대칭성과 선의 조형미, 음악과의 정밀한 구조적 대응이 강조되며, 감정 표현보다는 움직임 자체의 질서와 균형이 중심이 된다. 고전 발레 전통과 동갑내기 라이벌 조지 발란신 스타일의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세련된 양식미를 보여준다. <시골에서의 한 달>은 투르게네프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서사 발레로, 러시아 농촌을 배경으로 한 섬세한 심리극이다. 쇼팽의 음악을 사용해 내면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애쉬튼 특유의 부드럽고 유려한 파 드 되와 자연스러운 제스처가 돋보인다. 전반적으로 낭만적이면서도 내성적인 스타일이다. <랩소디>는 훨씬 화려하고 기교적인 성격의 추상 발레다.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에 맞추어 안무되었으며, 특히 남성 무용수의 초절기교와 여성 무용수의 빠르고 정교한 발놀림이 강조된다. 음악적 변주에 대응하는 순수한 춤의 즐거움을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으로, 고전 테크닉과 재치 있는 변형이 돋보이는 화려한 스타일이다.

OA1397, OABD7332 (Blu-ray)
2025년 로열 발레 실황 - 크리스토퍼 휠든, 발레에서 브로드웨이까지 [한글자막]
코언 케셀스(지휘), 로열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아카네 타카다, 윌리엄 브레이스웰, 마리아넬라 누네스(바보의 파라다이스), 로렌 컷버슨, 캘빈 리처드슨(우리 둘), 매튜 볼, 조셉 시센스(우리), 프란체스카 헤이워드, 세자르 코랄레스(파리의 아메리카인), 크리스토퍼 휠든(안무)
▶ 순수 발레에서 뮤지컬까지 아우르는 스타 안무가 크리스토퍼 휠든의 작품 네 편
크리스토퍼 휠든(1973~)은 고전 발레의 정교한 어법 위에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작품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영국인이지만 뉴욕 시티 발레 무용수로 활동했으며, 안무 감각을 일찍부터 인정받아 창작의 길로 나섰다. 미국 발레의 영향으로 조지 발란신의 신고전주의 전통(추상)과 제롬 로빈스의 극적 감각(스토리)을 계승하면서도, 보다 서정적이고 시각적으로 세련된 무대 미학을 구축한 점이 그의 특징이다. 휠든은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해 뮤지컬 <파리의 아메리카인>으로 토니상을 수상한 바 있다. 로열 발레 실황인 본 영상에서 <바보의 파라다이스>, <우리>는 추상 발레에 가깝고 <우리 둘>과 <파리의 아메리카인>은 보다 대중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작품들이다.
[보조자료]
- <바보의 천국>은 그의 초기 안무를 대표하는 추상발레다. 특정한 서사나 등장인물 없이 음악과 움직임, 무대 이미지의 조화를 통해 감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오랜 협력 관계인 작곡가 조비 탤벗의 곡을 사용한 첫 작품이며, 리드미컬하면서도 서정적인 성격이 공존하는 음악 위에 유연하고 흐르는 듯한 군무를 구성한다. 특히 여러 무용수가 끊임없이 교차하고 흩어지며 만들어내는 공간의 흐름이 작품의 핵심적인 인상을 이룬다. 제목은 문자 그대로의 낙원이라기보다는, 순수한 기쁨과 환상이 교차하는 일종의 이상적 공간을 암시한다.
- <우리 둘(The Two of Us)>은 친밀하고 서정적인 성격의 듀엣 발레에 속하며 남녀 무용수의 관계와 감정의 흐름에 초점을 맞춘 소품이다. 본 영상에서는 조니 미첼의 대중적 노래에 맞춘 안무로 공연한다. 휠든 특유의 유려한 라인과 부드러운 리프트를 유지하면서도, 과장된 극적 제스처를 배제하고 일상적인 몸짓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많이 포함한다.
- <우리(Us)> 역시 비교적 짧은 듀엣 작품으로, ‘우리’라는 관계의 상태를 탐색하는데 초점을 둔다. 본 실황에서는 상체를 탈의한 두 남성 무용수가 춤추므로 동성애적 코드가 느껴지지만 휠든은 특정한 성 정체성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남녀 듀엣으로도 가능하도록 열어두었다. <우리 둘>에 비해 절제되고 밀도 있는 분위기다.
- <파리의 아메리카인>은 휠든에게 토니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안무가가 극 전체를 지배하는, 거의 ‘춤으로 쓰인 뮤지컬이다. 거슈윈의 동명의 관현악곡과 이를 바탕으로 한 1951년 영화(진 켈리 주연)에서 출발한 뮤지컬이다. 안무는 브로드웨이 스타일에 머무르지 않고 휠든이 쌓아온 발레 어법을 적극 활용한다. 수록된 장면은 피날레를 장식하는 긴 발레 시퀀스로, 마치 독립된 작품처럼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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