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 나탄 밀스타인의 초상 ”
Nathan Milstein in Portrait (Nupen Films A06CN D [2DVD SET])
- 위대한 거장 나탄 밀스타인의 음악세계 조망한 두 장의 DVD - 말쑥한 외모로 들려주는 순수한 음의 세계 - 두 장의 DVD에 걸쳐 진행되는 핀커스 주커만과의 대화 - 눈부신 유희와 쾌속의 패시지워크 보여주는 크로이처 소나타 - 진정한 테크닉의 완성 보여준 바흐의 샤콘 - 그가 장기로 하던 수많은 레퍼토리, 유익한 내용이 정말 많은 기록
** 디아파종 황금상, 독일 음반 평론가상에 빛나는 밀스타인 최고의 영상물
20세기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중의 한사람인 나탄 밀스타인의 예술 세계를 두 장의 DVD로 조감한 영상물이다. 밀스타인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이면서도 가장 ‘러시아적인 이미지가 적은’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점이다. 많은 러시아 연주가들이 이른바 ‘진한 슬라브 정서’로 호소하는 경향을 보여줬지만, 밀스타인은 매우 독특한 자신만의 정서를 가지고 감정에 의한 연주를 펼치기보다는 지성으로 통제된 감정을 연주했다. 이지적인 이미지는 그의 용모에서부터 잘 드러나지만, 그의 바이올린 연주의 본성은 끊임없이 음악 자체에 대한 이해력 혹은 지성에 의해 단단히 통제받는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자신의 ‘파가니니아나’를 연주할 때, 밀스타인은 정말 눈부신 기교를 지닌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점을 느끼게 해준다. 그는 기교가 대단히 뛰어났고, 경력초반부터 비르투오소 기교로 사람들을 매혹시켰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기교를 앞세운 연주가보다는 매우 개성적인 해석가로 거듭 성숙해갔다. 그는 화염 같은 열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음악은 언제나 엄격한 지성으로 통제되었다. 그의 외모처럼 말쑥하게 정제되어 있는 음. 바로 LP시절부터 음반 애호가들이 탄노이나 알텍 스피커를 통해 들으며 열광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밀스타인은 1716년 제작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사용했는데, 그의 바이올린에서 나오는 소리는 언제나 깨끗하고 순수했다. 그렇다보니 그의 연주스케일은 크지 않았다. 또 밀스타인은 강한 운지를 쓰는 연주가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손가락을 휩쓸 듯이 옮겨가는 방식으로 그는 강력한 힘을 만들어갔다. 밀스타인은 비브라토를 많이 사용하지도 않고, 그 폭이 넓지도 않다. 그런 방식의 연주가 지닌 장점은 인토네이션이 비길 데 없이 정확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의 연주는 복잡하거나 어지럽게 들리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본 영상물에서 그가 한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핀커스 주커만과의 대화에서 주커만이 “선생님은 아주 단순하시고, 선생님이 하시는 모든 일도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고 알고 있는데, 그 이유를 알고 싶군요?”라고 묻자 밀스타인은 이렇게 말한다. “복잡하면 일을 그르치게 됩니다.” 그는 간결하고 순수하지만 그 순수함과 간결함이 오히려 진리에 이르는 최선책이라는 지론을 얘기한다. 멋진 말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순수한 열정-크로이처 소나타 이 영상물의 두 번째 DVD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역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와 바흐의 ‘샤콘’이다. 크로이처 소나타는 우리에게 젊은 시절 동영상으로도 익숙하지만 백발이 성성한 거장은 더욱더 원숙하고 달관한 모습의 노익장을 보여준다. 이미 오래전에 텔덱 레이블에서 나온 ‘마지막 리사이틀(The last recital)'이란 음반을 통해 커다란 감동을 받은 터라 그의 크로이처 연주에 대해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으랴! 오버액션이 전혀 없고 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눈부신 유희와 쾌속의 패시지워크를 들려주며, 심오한 작곡가의 정서를 낱낱이 드러내 보여주는 모습을 이렇게 시각으로도 확인하니 감동이 배가된다. 액션이 크지 않고 말쑥한 연주를 펼치는데도 내면으로 연소하는 불길이 너무도 뜨겁다는 것, 불가사의에 가깝다.
바흐의 샤콘-진정한 테크닉의 완성 밀스타인의 가장 유명한 연주를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연주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 영상물에서 가장 관심을 끌게 되는 레퍼토리다. 밀스타인의 무반주 바이올린 명곡은 실로 수십 년 동안 깊은 애정을 보이며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룬 결실이었다. 앞의 몇 소절만 듣고도 그의 능숙한 테크닉이 결코 예사로운 것이 아님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데, 놀라운 일은 그가 바흐의 음악에 무관심했던 러시아 부르주아 환경에서 성장한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밀스타인은 그의 스승이었던 표트르 스톨야르스키, 혹은 레오폴드 아우어한테도 바흐를 배운 일이 없었다. 그의 바흐 연주는 막스 레거 같은 현대 독일 지성의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을 프리즘으로, 독학으로 바흐 작품의 양식을 터득하고 고된 훈련을 거듭한 끝에 도달한 세계였다. 그는 완전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유명한 파르티타 2번의 제 5곡인 ‘샤콘’을 연주회 무대에 즐겨 올렸고, 1950년대에는 전곡녹음도 감행했었다. 회심의 ‘샤콘’은 과연 밀스타인의 이 곡에 대한 숙련의 정도를 말해준다. 널찍한 스케일로 여유만만하게 조감하고 시종 팽팽한 긴장으로 지적인 통제에 묶여 흐르기 때문에 늘어지는 부분이 전혀 없다. 테크닉이란 단순히 근육적인 운동 능력이 아니라 연주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 미디엄에 맞게 조절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던 밀스타인.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명곡은 그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야말로 바흐를 통해 테크닉의 완성을 본 사람이었음을 확실히 증명해 보인다.
유익한 내용이 정말 많은 영상물 이 두 장의 DVD에는, ‘나탄 밀스타인의 초상’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밀스타인과 관련된 정말 유익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우선 전술한 핀커스 주커만과의 대화가 두 장의 DVD에 곳곳에서 펼쳐지고, 아우어 클래스와 글라주노프 이야기, 유리 나가이와의 마스터클래스, 편곡작품과 피아노 편곡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크리스토퍼 누펜이 곳곳에서 안내하고 있는 인트로덕션에서도 곱씹을 내용이 많이 포함되었다. 음악들도 풍부하다. 사라사테의 ‘타란텔라‘, ’서주와 타란텔라‘,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5번‘, 헨델의 ’소나타‘, 바흐의 ’소나타‘, 프로코피예프의 ’두개의 할머니 이야기‘, 차이코프스키의 ’마제파, 리스트의 ‘콘솔레이션’ 등 생전에 밀스타인이 장기로 했던 명곡들이 푸짐하게 들어있다. 바흐의 샤콘이 열화와 같은 청중의 박수소리와 함께 마무리되는 이 귀중한 기록. 약 225분간, 거의 4시간짜리다. 독일 음반평론가상, 디아파종 황금상 수상작, 20세기 위대한 거장 밀스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최선의 영상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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