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르지팔 >
4개의 국제적 오페라 극장이 공동제작한 <파르지팔>의 최신 결정판 <파르지팔>은 바그너 최후의 오페라이며 바그너가 특별히 ‘종교적 신성극’으로 불렀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바이로이트에서만 공연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제는 그 제한이 풀렸지만 바그너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난해한 메시지를 4시간이 넘게 전달하는 이 작품을 만날 기회는 좀처럼 흔치 않다. 이 대작을 위해 바덴바덴 축제 가극장, 영국 국립 오페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시카고 리릭 오페라라는 세계적 극장들이 뭉쳤다. 그리고 2004년 여름에 바덴바덴에서 공연된 그 결실이 여기 담겨있다. 가장 영향력있는 바그너 연출가의 한 사람인 니콜라우스 랭호프가 “종교극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고독, 소외에 대한 드라마”라는 시각에서 이 작품을 연출했다. 그러나 상징적 무대와 공들인 의상은 <파르지팔>의 보편적 매력을 십분 살렸다. 켄트 나가노와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이 작품에 어울리는 투명한 연주를 펼치며, 크리스토퍼 벤트리스, 발트라우트 마이어, 마티 살미넨, 토머스 햄슨 등 최고의 가수들이 출연한다. 60분짜리 제작 다큐멘터리도 제공된다.
○ 파르지팔은 중세 신화에서 성배를 지키는 왕의 이름이다. 그는 철없이 보이는 어린 소년이었지만 긴 여행과정에서 영웅성을 획득하여 그 자리에 오르게 된다. 바그너는 이 파르지팔 신화에 특유의 상상력과 논리성을 가미하여 대단히 상징적인 작품을 만들어 냈다.
○ 바그너는 이 작품을 이전의 음악극(music drama)와 구별하여 ‘종교적 신성극’이라 불렀다. 원래는 무신론자였지만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 기독교를 받아들인 r서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또는 종교의 이름을 빌린 기만이라는 반발도 있다. 처음에 바그너를 추종했던 니체같은 이는 “바이로이트 극장에 돈을 끌어들이려고 부르조아 앞에 엎드려 아부하는 꼴‘이라며 맹렬히 비난하기도 했다.
○ 어쨌든 <파르지팔>은 바그너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최후의 과제로 남겨둘 만큼 어려운 작품이다. 4시간이나 소요되지만 거의 단 한번도 멋지게 부풀어 오르는 효과를 배제하고 지극히 장중하고, 신비롭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작품의 주제인 ‘구원’의 의미에 충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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