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풍월당 『하이네. 슈만. 시인의 사랑』

페이지 정보

작성자 풍월당 작성일19-05-28 09:41 조회4,573회 댓글0건

본문

01f08fd06f882efb5c0fc3e613b9e5ef_1559004056_34.jpg




음악과 시와 독해를 한 순간에 함께 만나는,

오직 가곡만이 선사할 수 있는 마법 같은 경험


클래식 음악에서 가곡은 선뜻 접할 수 있는 장르는 아니다. 외국어로 된 가사를 들어야 하고, 오페라처럼 화려한 연출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오직 피아노와 목소리만을 가지고 진행되는 음악-이야기는 이미 클래식 음악에 익숙한 사람들만이 도전할 수 있는 정적인 장르로 인식되기 일쑤다. 개중에 대표작으로 꼽히는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예를 들어 『겨울 나그네』같은 곡들로 도전해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총 한 시간에 육박하는 긴 선율의 호흡을 집중력 있게 따라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곡은 그저 넘겨버리기에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세계다. 그리고 그 매력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가곡의 선율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 선율은 시에 대한 독해 그 자체이다. 작곡가는 자신이 시를 읽고 느낀 세계를 선율을 통해 묘사하며, 그 위에 시를 싣는 것이다. 이렇게 가곡 속에서는 시와 독해가 하나가 된다. 그리고 그 독해는 다름 아닌 음악이다. 즉, 가곡 속에서 시와 독해와 음악은 하나가 된다. 보통 ‘언어 너머의 세계’라고 표현되는 음악은 가곡에서 언어를 녹여내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탄생시킨다. 언어의 세계와 언어 바깥의 세계. 고도로 다듬은 시인의 언어와 그를 바탕으로 한 언어 너머의 선율이 조합되는 순간, 가곡이 꿈꾸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순간,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모든 세계가 몇 곡의 노래 속에 담기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가곡에 선뜻 접근하기란 쉽지 않다. 기존의 유명한 곡들은 그 위대함만큼이나 초심자에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곡으로 가곡을 시작하면 좋을까? 부담 없는 길이, 드라마틱한 전개, 아름다운 선율, 가사와의 완벽한 조화를 겸비한 곡이 있을까?



일반인들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독일 가곡 전문가가 들려주는 친절한 해설


독일 가곡의 전문가로 성악가들을 코치하고 활발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저자 나성인은 가곡에 관심을 두려는 이들에게 슈만의 『시인의 사랑』을 추천한다. 우선 각 곡의 길이도 짧고, 총 연주 시간도 30분가량이라 듣는 데 부담이 없다. 게다가 각 곡의 전개 방식도 다양해서 지루해질 틈이 없다. 이 다양한 전개는 위대한 시인 하이네의 텍스트가 숨겨놓은 의미를 완벽하게 감지한 슈만의 뛰어난 독해력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 책은 『시인의 사랑』의 전체적인 구조를 살피면서 하이네의 시를 통해 슈만이 그려 놓은 큰 그림을 파악하게 해 주고, 다시 한 곡씩 살펴보면서 각각의 선율 안에 담긴 시와 음악의 조화를 살펴본다. 이 책은 하이네의 시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그리고 슈만의 음악이 그것을 어떻게 묘사하고 증폭시키는지를 보여주면서 오직 가곡만이 가질 수 있는 경이로움을 알려준다. 또한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에 대한 간략한 전기가 포함되어, 사랑에 대한 그의 섬세한 감각이 어디서 왔는지도 함께 보여준다.


『시인의 사랑』은 짧지만 풍부하고, 극적이지만 고도로 지적인 계산을 바탕으로 한 가곡집이다. 즉, 가곡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 매력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곡이며, 이미 가곡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숨겨진 장치들을 통해 더욱 깊은 세계를 알려주는 곡이다. 저자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곡의 매력을 전달하기 위해 음악 전문 용어의 사용을 최대한 줄였고, 시의 뜻을 살린 세심한 번역과 풍부한 음반 추천까지 수록했다. 어느 날 문득 가곡을 듣고 싶어진다면, 이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 책, 『하이네. 슈만. 시인의 사랑』이 그 충실한 역할을 다할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