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과 아쉬움은 언제나 새로운 설렘을 동반하는 것 같습니다.

한해를 뒤로 하는 아름다운 작별을 마친 오늘의 우리는 또한번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다시 특별한 원칙들을 그려냅니다.

하늘하늘 내리던 눈이 소복이 쌓여 풍경을 일궈내듯 우리의 소박한 계획은 다시 나를 쌓아가는 황홀함과 같습니다.

나의 여정은 어땠을까요. 음반 또한 우리의 여정을 그려주는 마침표이자 출발점이기도 하죠.

2012년의 마지막 12월, 풍월당과 우리의 이정표를 그려준 음반들을 소개합니다.

1. The Musical Advent Calendar / SWR

(음악으로 듣는 크리스마스 캘린더 / 남서독일라디오방송)

연말이면 플레이어에 걸게 될 또 한 장의 좋은 음반입니다.

남서독일 라디오방송(SWR)에서는 해마다 12월이면 지역의 합창단, 기악 앙상블, 독창자들을 선별해서 매일 한 곡씩 크리스마스 음악을 들려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고 하는데요.

지난 9 년 동안 방송했었던 곡들 중 베스트 트랙을 모았습니다.

중세시대 크리스마스 노래부터 헨델, 바흐, 포레처럼 익숙한 이름들, 그루버, 함머슈미트처럼 무심코 지나쳐왔던 작곡가들, 앤더슨의 슬레이 라이드 등 편안하고 따뜻한 음악들이 펼쳐집니다.

2. Blessing : John Rutter etc./ Cartrin Finch

(존 루터 & 카트린 핀치 하프 작품집 / 카트린 핀치)

웨일스 지방의 지역색을 바탕으로 한 숭고한 종교곡으로 잘 알려져 있는 존 루터가 하피스트 카트린 핀치를 위해 개작한 ‘서정 모음곡’, 핀치의 어린 두 딸을 위해 만든 자장가 등을 담은, 부담 없는 하프 앨범입니다. 특히 연주자 스스로가 만든 세 악장짜리 ‘하프와 현을 위한 켈틱 협주곡’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색감이 산뜻하네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하프로 직접 편곡,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핀치의 다음 작업 소식이 궁금해집니다.

3. Weihnacht Lieder : 크리스마스 노래 Vol. 1

(도로테 밀즈, 안젤리카 키르흐슐라거, 잉게보르크 단츠, 요나스 카우프만 외)

카루스와 남서독일 라디오 방송국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The Lieder project’는 자장가와 민요, 어린이 노래로 이어지며 독일 노래 전통을 폭넓게 다루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하는데요.

그 마지막인 ‘크리스마스 노래’ 시리즈 1집입니다. 종교곡과 다성부의 합창음악 작업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는 프리더 베르니우스의 슈투트가르트 실내 합창단, 마커스 크리드의 SWR 보컬앙상블 등이 나서서 목소리의 아름다움을 유감 없이 보여주며, 깊고 깊은 겨울밤의 나를 겸허하게 돌아보도록 합니다.

4. Schubert : Moments Musicaux : Piano Sonata / Afanassiev

(슈베르트 : 악흥의 순간 : 피아노 소나타 외 / 아파시나예프)

1974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공연 중 망명하여 서방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아파나시예프의 새로운 녹음입니다. 망명 후에는 연주활동이나 녹음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아 안타까운 연주자인데요.

‘속도를 잃어버린 것처럼’ 노래하면서도 설득력을 잃지 않는다는 그 특유의 연주로 본 앨범에서는 슈베르트의

5. Eternity & A Day OST / Eleni Karaindrou

(영화 : 영원과 하루 OST / 엘레니 카라인드루)

겨울 내 풍월당에서 조명받았던 영화감독 테오 앙겔로풀로스. 그의 작품 <울부짖는 초원>, <안개 속의 풍경>, <율리시즈의 시선>등을 영화에 쓰인 음악과 함께 살펴보는 강의들이 있었습니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화에는 항상 카라인드루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고 있는데요, 특유의 짙은 서정성, 섬세하고 아름다운 흐름이 돋보이는 음악들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영상을 생기있게 만들어 주는 느낌입니다.

그리스의 나이 어린 한 남매가 독일에 살고 있다는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이 영화는 절망적이고, 고독하고, 슬프며 몽환적입니다. 공허한 마음을 달래주는 아련한 음악. 아름답습니다.

6. Janacek : A Recollection/ Schiff

(야나첵 : 회상 / 언드라쉬 시프)

때로는 직설적 표현보다 은유나 묘사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모호함의 여유와, 많은 해석의 가능성을 허락하는 관용을 떠올리게끔 하는 야나첵의 피아노 작품집이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네요.

각각 곡의 제목들과 그 내용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들으며 각자가 써내려가는 상상의 마당은 얼마나 넓고 자유로운지. 서정적인 분위기로 친근함을 잃지 않는 이 음반으로 꿈 꿔 보시기 바랍니다.

7. Glass : The Orphee Suite for Piano / Paul Barnes

(필립 글래스: 피아노로 편곡한 글래스 오페라 작품집 / 폴 반즈)

필립 글래스의 지음(知音), 피아니스트 폴 반즈의 피아노 편곡 작품집입니다. <오르페>, <해변의 아인슈타인>, <사티아그라하>, <아크나텐> 등 현대 오페라의 중요한 전환을 마련한 작품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작품을 연주자가 직접 피아노 솔로 작품으로 편곡했다고 합니다.

[지금 풍월당에서 흐르는 음악]에서 잠깐 들어보세요.

http://www.pungwoldang.kr/board_nowmusic/content.aspx?b_UniqueID=312&tname=board_nowmusic

8. Mendelssohn : Violin Con. No.3 etc.(1954) / Johanna Martzy

(멘델스존 : 바이올린 협주곡 외 / 요한나 마르치)

1954년 6월, 요한나 마르치가 신예 지휘자 볼프강 자발리슈가 이끄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한 모차르트 협주곡 3번과 멘델스존 협주곡입니다. 전 세계 CD형태 발매로는 처음이라고 하네요. 영국 컬럼비아 사의 오리지널 마스터테잎에서 복각하여 지금까지 출반된 음반들보다 조금은 더 나은 음질입니다.

이 녹음은 마르치의 거부로 당시 음반으로 나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언뜻 이해되지 않는 좋은 연주인데요. 특유의 따뜻한 감성과 우아함에 더해 강력함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정열적인 번뜩임도 보여줍니다.

9. Chopin : Nocturnes / Rubinstein (1965)

[쇼팽 : 녹턴 / 루빈스타인 (1965년 녹음)]

고전의 아름다움! 정갈하고 담백하게 담아내는 표현이 황홀감을 선사하는 루빈스타인의 녹턴 음반입니다. 평생 쇼팽을 연주하고 연구하고, 늘 가까이 두었던 루빈스타인.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평화로움이 깃든 연주가 왜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 이 음반이 사랑받고 있는지를 직접 증명합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첫 녹음으로부터 이십 년 가까이 흐른 후 다시 녹음에 임한 작업. 번쩍 빛나지는 않아도 은은하게 감동이 번져나갑니다.

10. Chants de noel du monde / Pierre Cao, Arsys Bourgogne

(전 세계의 크리스마스 음악 / 피에르 카오 외)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이탈리어, 스페인어, 브라질어 등 세계 각국의 유명한 크리스마스 송을 합창으로 들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음반!

아시스 부르고뉴 합창단은 초기 음악에서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낭만주의 그리고 현대 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갖고 있는 유럽 최고의 합창단 중 하나인데요. 밝고 활기 넘치는 분위기, 고즈넉한 안정감까지. 음반 한 장을 다 들을 동안 행복한 한 해 마무리가 저절로 되었을 것만 같습니다.

올해도 행복하게 음악과 함께하는 한 해 되시길 바라며,

풍월당이 가까이에 자리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상 풍월당 음반매장 최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