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리스트는 독일인의 피와 헝가리인의 기질을 물려받은 사람이었지만, 그의 정신은 어디 매이지 않은 유럽인이었다.
19세기의 음악가 가운데 가장 국제적인 인사 가운데 하나였던 그의 명성은 물론 악마적인 기교와 쇼맨십을 보여준 피아노
연주에서 나왔으나, 그의 영향력은 단지 피아노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교향시와 성격적 피아노 음악으로 대표되는
표제음악의 개척자였고, 유럽 음악 전체를 피아노 음악으로 옮겨낸 지칠 줄 모르는 편곡자이기도 했다.
화려한 스타요 스캔들의 주인공이었지만, 동시에 내면을 돌아보는 참회의 수도자요, 자기를 내려놓을 줄 아는 겸손한
인간이기도 했다. 쇼팽에 대한 전기를 쓴 학자요, 다른 음악가를 돕는 데 인색하지 않았던 예술후원자였던 그는 그야말로
행동의 화신 그 자체였다.
리스트가 그의 말년에 괴테의 도시 바이마르에 터를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평소 괴테를 존경했던 그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파우스트>의 금언을 따라 자기 사명을 감당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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