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어떻게 사람을 위로하는가
특히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절망에 빠진 이들을 어디로 이끄는가
1. 음악은 어떻게 사람을 위로하는가
쇼스타코비치의 삶과 그의 음악을 다루는 책들은 주로 그의 인생 역정에 주목한다. 20세기의 역동적인 역사와 드라마틱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출간 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솔로몬 볼코프의 <증언>부터 소설가 줄리안 반스가 쓴 <시대의 소음>까지, 쇼스타코비치의 삶과 음악은 당대의 역사와 사회에서 좀처럼 분리되지 못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주의를 혐오한 공산주의자인가? 아니면 공산주의 자체를 혐오한 인물인가?’ ‘그의 음악은 사상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어떠한 사상적 태도가 담겨 있는가?’
하지만 BBC의 고전음악 프로듀서이자 고전음악 칼럼니스트인 저자 스티븐 존슨은 쇼스타코비치를 이 역사적 틀 밖으로 꺼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는 쇼스타코비치의 어둡고 우울하고 폭력적인 선율이 어떻게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오히려 힘이 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려 한다. 물론 여기에는 고전음악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라 할 수 있는(그리고 그만큼 자주 회자되는) ‘레닌그라드 전투’를 직접 겪은 이들의 이야기도 포함돼 있다. BBC의 라디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직접 러시아에서 많은 인터뷰를 진행한 스티븐 존슨은 전쟁과 스탈린으로 인해 고통받던 러시아 민중들이 어떻게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속에서 힘과 위안을 찾았는지를 알려준다.
그런 후에 이 책은 곧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왜냐하면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다른 종류의 고통에도 유효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역사나 시대와 같은 거창한 종류의 압박과는 관계없는 작고 사적인 고통들, 다양한 우울증을 비롯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심리적인 고통에도 위안을 가져다준 사례들을 알려준다. 또한 스티븐 존슨은 올리버 색스와 같은 임상심리학자와 뇌과학자, 생물학자, 음악가 및 음악학자들의 저서들을 검토하면서 언어 이전의 힘을 지닌 선율이 정신적으로 고립된 인간에게 힘이 되어주는 과정을 추적한다.
그 사례 중에는 스티븐 존슨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 조울증 진단을 세 차례나 받았고, 그중 한 번은 자살 고위험군에 속하기도 했던 그는 자신의 삶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그때마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어떻게 자신을 붙들어 주었는지를 설명한다. 세상으로부터 홀로 격리되고 누구의 이해도 구할 수 없으리라고 절망했을 때, 논리와 언어의 세계 바깥에 있는 음악의 선율이 세상과 연결될 또 다른 가능성을 비춰주었다는 것이다.
2. 그리고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절망에 빠진 이들을 어디로 이끄는가
사회적·정치적인 상황 때문이건 아니면 개인적인 상황 때문이건,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다양한 이유로 고립된 존재들을 일종의 ‘공동체’로 인도한다. 음악 속에서 징후로서만 존재하는 공동체, 그러므로 거짓된 선전이나 약속을 하지 않는 순수한 희망으로서의 공동체다. 스티븐 존슨은 이러한 희망이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속에 어떤 방식으로 삽입돼 있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다년간 음악 강연 및 음악 프로그램을 기획한 그는 최대한 음악 전문 용어의 사용을 배제하면서도 음악의 구조를 말끔히 드러내 보여준다. 독자들은 그가 분석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음악 속에 메시지가 삽입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메시지의 정체는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겨우 200페이지 남짓한 이 작은 책은 이 모든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쇼스타코비치의 극적인 삶, 그런 삶을 산 그가 작곡한 음악이 지닌 특징과 담고 있는 메시지, 그리고 그 음악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방식,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인 작가 자신의 삶까지. 연구와 체험과 고백을 뒤섞은 이 ‘교양서’는 교양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에 따르면 교양은 ‘개별적이거나 사적인 것이 아닌 일반적이거나 공동적인 것을 지향하는 의식상태라는 점에서 하나의 일반적 감각이자 공동적 감각이기도 하다. 교양의 본질은 이점에서 바로 공동 감각이다.’ 이는 바로 이 책, <쇼스타코비치는 어떻게 내 정신을 바꾸었는가>가 말하려는 바이기도 하다. 음악을 통해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이상한 공유지, ‘절반은 상상 속에 있고 절반은 실재하는 공동체.’ 독자들은 이 책 속에서 어느 하나의 이미지에 못 박히지 않고 기꺼이 모순될 수 있는 자유를 찾아가려는 한 작곡가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그가 자신의 음악 속에 재현해 놓은 특별한 네트워크도 함께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독자 자신도 그 안에 뛰어들어 음악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가장 힘찬 위안 속에 머무를 수 있음을, 비로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공동체는 강요하지 않는다.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 합창처럼 ‘만인이 형제가 되리라’ 외치지도, 의심하는 자에게 ‘이 동맹에서 울며 떠나라’ 명하지도 않는다. 쇼스타코비치는 함께하는 기쁨의 순간은 물론이고, 혹독한 고립의 순간에도 우리를 만나준다."
-본문 211페이지 중에서
차례
머리말
쇼스타코비치는 내 정신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참고 문헌
감사의 말
도서명 | 쇼스타코비치는 어떻게 내 정신을 바꾸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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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스티븐 존슨 |
출판사 | 풍월당 |
크기 | 128x186mm |
쪽수 | 220 |
제품구성 | 낱권 |
출간일 | 2019-9-2 |
목차 또는 책소개 | 상품페이지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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