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에게 숲은 유일하게 고요를 되찾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쇳소리 가득한 도시가 아닌, 숨결이 살아 있는 초록의 품에서 그는 자신의 귓병마저 잊을 수 있었다고 말하지요.

우리는 지금, 힐링이나 웰빙이라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지속적인 회복을 필요로 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도시는 늘 바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자신의 일부만을 반복해서 사용하다 어느덧 전체로서의 ‘나’를 잃고 살아갑니다.

〈전원〉 교향곡은 〈운명〉 교향곡과 같은 날 초연되었고, 

작곡 방식도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세계를 우리 앞에 펼쳐 보입니다.

성취를 향한 질주 대신, 잠시 머무는 삶. 투쟁이 아닌, 고요한 감각의 회복.

오늘날의 우리에게, 베토벤의 아홉 개 교향곡 중 〈전원〉이 가장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름의 초입, 자연의 소리와 닮은 음악 속으로 함께 걸어가 봅니다. 

그곳엔 모두를 넉넉하게 안아주는 느긋한 회복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