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 은 그의 문학 세계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입니다. 

『크리스마스 캐럴』 과  『데이비드 코퍼필드』 의 성공 이후, 디킨스의 사회 개혁에 대한 열정은 더욱 깊어졌고, 

그 비판의 시선은 공장, 법정, 관료제 같은 사회적 부조리가 아니라 그 부조리를 떠받치는 '실용성'과 '공리주의'라는 이념 자체로 이동합니다.

『어려운 시절』 은 디킨스의 오랜 고민이 내면에서 무르익어 마침내 터져 나온 결과였습니다. 

1839년 맨체스터 공업지대를 방문한 그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에 큰 충격을 받고, 

자본주의를 정당화하는 지배 이념에 “온 힘을 다해 강력한 일격을 가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의 목표는 당시 영국 사회를 지배하던 ‘공리주의’ 자체였습니다. 

작품의 배경 역시 익숙한 런던을 떠나, 가상의 공업도시 ‘코크타운’으로 옮겨갑니다. 

디킨스는 숫자와 효율만을 따지는 세계에서 감정과 존엄, 인간다움이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줍니다.

“해난사고에 대한 통계자료가 있다고 했어요. 

(맥초컴차일드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일정 기간 선원들 십만 명이 장거리 항해를 떠났는데 그중 오백 명만 익사했거나 불에 타 죽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몇 퍼센트가 죽은 거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아가씨, 제가 말하기를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어요. 

죽은 사람의 친척들과 친구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 거예요, 아가씨. 저는 영영 제대로 배우지 못할 것 같아요.”

작품 속 이 고백은, 통계로 감정을 덮고 보상금을 계산하는 사회의 비정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디킨스는 이러한 사회가 결국 비정함과 냉혹함에 사로잡혀 개인의 삶을 파괴하고, 

사회 전체를 물질주의로 몰아가며, 끝내 행복 자체를 고갈시킬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렇게 『어려운 시절』 은 ‘힘겨운 시대’의 실체를 드러냅니다.

8월 월례강좌 『어려운 시절』 을 통해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논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추적하고, 

그 뿌리를 이해하며,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지혜를 모색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