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앓이

삶이 한 권의 책이라면, 과거는 외국어로 쓰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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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 번역가

    제니퍼 크로프트의 자전 소설

     

    제니퍼 크로프트의 삶은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 보았을 법한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홈스쿨링을 하다 익히게 된 러시아어를 더 공부하기 위해 SAT를 쳤다가 상위 1퍼센트 이내의 성적을 내고 열다섯 살에 대학에 입학.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유학. 번역가로서 폴란드어와 우크라이나어, 아르헨티나-스페인어를 다루며, 2018년에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을 번역한 공로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이 상은 작가와 번역가가 함께 받는다). 아르헨티나의 문학지 부에노스아이레스 리뷰의 창립 편집자이자 두 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자전 소설 집앓이(Homesick)를 쓴 작가. 영미권과 그 외의 언어권이 만나는 접경 지역을 담당하는 인물 가운데 손꼽히는 스타.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삶을 돌이키며 쓴 소설 집앓이에는 기묘한 불안이 감돈다. 이 작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과 따뜻한 우정이 함께 맴돌고 있다. 정신이 불안했던 옆집 남자가 결국 자살하고 말았다는 첫 번째 에피소드는 이 작품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전주곡처럼 느껴진다. 옆집 남자는 주인공의 가족을 불안하게 만들었는데, 그건 그의 본심이 아니었을 테고 아마도 광기에 잠식되었던 것에 불과할 텐데, 그에 관한 진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마찬가지로 그 광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아는 사람도 없다. 인생에 기쁨과 슬픔을 가져다주는 사건들은 대체로 그 발생 경위를 알 수 없다는 미스터리한 느낌. 이 느낌은 집앓이라는 작품 전체를 옥죄고 있다.

     

    우리 모두는 비밀로 찰랑대는 존재,

    비밀로 그득한 모든 것이다

     

    이런 미스터리와 마주한 사람들은 대개 이것들을 해결하고자 한다. 특히 불행이 찾아올 때,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보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 어떤 징조나 징후를 찾아내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생 조이가 어릴 때 뇌진탕을 겪으며 얼마간 특이한 행동을 보였던 순간은 주인공 에이미의 기억 속에 선명히 살아 있는데, 그건 그로부터 몇 년 뒤에 조이가 뇌종양 수술을 하고 이후 남은 삶을 그 후유증과 함께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 두 사건 사이에 실제로 연관성이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아마도 큰 관계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떤 사람의 마음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두 개의 기억이 연결되면서 하나의 이야기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그것을 떠올린 사람의 마음속에서만큼은 진실이 되고, 그렇게 그 사람을 둘러싼 세상이 된다.

    말하자면 인생은 죽 이어진 선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기억은 마치 점과 같은 몇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으며, 결국 인생이란 반짝이는 별이나 담뱃불에 닿아 생긴 구멍 같은 점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어 만든 머릿속의 그림에 불과하다. 짧은 에피소드들을 연달아 이어 놓은 집앓이의 구성은 이런 삶의 형태를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에이미는 드물게 빛나는 기억들과 나머지 공간들을 잠식한 공허 속에서 헤매면서도 이런 자신의 삶을 분석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단 한 번,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관해 무언가를 확신했고, 그때 그녀는 자신을 파괴하려 들었다. 이 모든 과정을 담은 1부는 그녀의 고향과 유년기와 가족을 위주로 이루어지지만, 1부의 제목은 이 아닌 앓이. 인생이라는 고통스러운 수수께끼 말이다.

     

    앓이에서 벗어난 에이미가 당도한 은 어디일까. ‘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2부는 역설적으로 그녀가 고국인 미국을 떠나 러시아에 도착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여러 언어를 배우고, 여러 나라를 방랑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점점 더 안정돼 간다.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머물지 않고(그러면 인생의 수수께끼가 당신을 찾아낸다) 끝없이 이어지는 과정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에이미가 사랑하는 외국어들은 다른 언어로는 발견할 수 없는 세계를 보여 주고, 그녀는 계속 더 넓어지는 세계 속으로 나아가는 모험가가 된다.

    이렇게 성장한 에이미 역시 이 책 속에 등장한다. 바로 여러 사진 아래에 있는 짧은 문구를 써넣은 인물이다. 그 문구 중 하나에서, 그녀는 세상의 모든 언어에는 다른 언어로 옮길 수 없는 지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어떤 언어가 말하고자 하는 걸 다른 언어로 그대로 옮겨야만 한다면, 그런 일은 불가능할 거라고. 하지만 에이미는 번역은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한다. , 그녀에게 번역이란 완벽할 수 없다는 숙명을 감수하면서 시도하는 행위-과정이고, 이는 에이미 자신을 구원하는 일이 되었다. 어떤 결과에도 파묻히지 않고, 그것을 불러일으킨 시작도 찾지 않고, 오직 그 둘 사이를 연결하는 수많은 가능성 속에 머물며 가장 아름다운 하나의 길을 찾아내는 것. 자기 자신이 만든 인과의 응보를 맹신하지 않고 오직 과정 가운데에 머무는 것.

     

    삶이 한 권의 책이라면,

    과거는 외국어로 쓰여 있을 것이다

     

    이런 방랑자 겸 번역가 특유의 달뜸이, 얼핏 읽기 쉽고 낭만적인 책으로만 보일 수 있는 집앓이의 여기저기에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이 자전 소설의 주인공 이름은 제니퍼가 아니라 에이미다. 하지만 책 속의 사진에 나와 있는 금발의 아이는 실제로 어린 제니퍼를 찍은 것이었고,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들 역시 모두 제니퍼가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언어를 번역할 때와 마찬가지로 지나간 삶을 그대로 재현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자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될 수 없다. 제니퍼는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쓰면서 그 작업이 언어 번역과 닮았음을 암시한다. , 제니퍼는 제니퍼를 에이미로 번역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제니퍼 크로프트라는 한 인간에게 주어진 삶과 그녀가 만들어 가는 삶은 비로소 하나로 합쳐진다. 그 합쳐짐은 화해일 수도, 극복일 수도 있지만 결론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한 권의 책과 같다. 오늘이라는 한 페이지를 쓰는 동시에 지금껏 써 온 페이지들을 끝없이 재번역하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차례

     

    1부 앓기

    2부 집

     

    발췌

     

    문이 닫히면 조이의 인형들은 대화를 나눈다. 주로 날씨 얘기다. 에이미는 잠자코 듣기만 한다. 자기 인형들은 가만히 쉬게 두고 동생의 뜨겁고 가쁜 숨결이 목에 닿는 걸 느낀다. 정전이 되지 않은 경우에도 에이미는 조명을 꺼야 한다고 우긴다. 그렇게 앉아 있다 보면 서서히 졸음이 몰려오고 그럴 때면 에이미는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할 때처럼 영영 목적지에 이르지 않으면 좋겠다고, 이대로 계속 달리고 싶다고, 토네이도 경보가 영영 그치지 않으면 좋겠다고 조이와는 달리 생각하고 바란다.

    _26

     

    제아무리 간단한 단어도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 마련이야.당연하게 받아들일수록 속을 드러내지 않는 게 단어거든.

    _53

     

    이제 비밀이 너무 많아져 관리가 안 된다. 이번 비밀만큼은 조이에게 털어놓고 싶다. 그렇게 해서라도 마음의 짐을 덜고 이해되지 않는 이 혼란하고 복잡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이제 에이미와 조이 사이에는 새로운 뭔가가, 일종의 벽이 세워지고 있는 중이어서 그 벽을 기준으로 조이 쪽은 안전하게 남아야 하고 에이미 쪽은 그럴 수가 없다. 에이미에게는 이 벽을 기어오르려는 동생을 말리고 쫓아 버릴 책임이 있다. 엄마가 제아무리 조이를 격려하고 발판을 마련해 준다 해도. 엄마는 재난과 사고가 더 많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이니까.

    _158

    인도를 따라 달팽이가 여러 마리 부서지고 뭉개져 있다. 배낭의 무게로 다소 구부정히 걸어가던 에이미가 달팽이 집을 가까이 들여다보려 상체를 더 낮춘다. 대개 산산이 조각나거나 가루로 변했고, 껍데기에 들어 있던 동물은 이제 지난가을에 진 낙엽 잔류물가 비슷한 짙기의 진흙 자국이 되었다. 에이미는 아직 온전한 달팽이들을 인도 반대쪽으로 옮겨 날라 작은 틈새를 찾아 내려놓는다.

    _289

     

    무엇보다도 우리는 다른 이에게서 우리가 그토록 얻으려 드는 피난처이자 사랑하기로 선택한 이들에게 우리 스스로 되어 주는 안식처야.

    _293

     


     

    도서명 집앓이
    저자 제니퍼 크로프트
    출판사 풍월당
    크기 128*203mm
    쪽수 308쪽
    제품구성 양장본
    출간일 2022년 11월 2일
    목차 또는 책소개 삶이 한 권의 책이라면, 과거는 외국어로 쓰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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