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무엇보다도 삶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 반드시 논리에 앞서 삶을 사랑해야 하고, 그제야 비로소 나는 삶의 의미도 이해하게 될 거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도스토옙스키의 유작이자 최고 걸작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오랫동안 고민해 온 종교적, 문학적, 사상적, 정치적 문제에 대한 총체적 해법을 보여준다. 작품은 러시아의 지방 소도시를 배경으로 카라마조프 집안의 이야기를 다룬다. 

도스토옙스키는 탐욕에 찬 지주 표도르와 그의 세 아들 드미트리, 이반, 알렉세이 사이에 일어난 막장극을 추리소설 기법을 빌려 흥미롭게 펼쳐낸다. 아버지와 아들 간의 재산 분쟁을 배경으로, 큰아들은 아버지의 여자를 탐내고, 둘째 아들은 형의 약혼녀를 사랑하는 등 아침 드라마 같은 갈등은 친부 살해 사건으로 폭발한다.

하지만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사랑과 정열, 혐오와 증오, 조롱과 분노에 쓸려가는 인물들이 아니다. 탐욕의 표도르, 방종의 드미트리, 지성의 이반, 신성의 알렉세이는 각각 당대 러시아를 휩쓸었던 이념들을 대표한다. 작품의 중심에는 인간 구원의 드라마가 놓여 있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면, 인간은 과연 스스로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가? 진리를 잃고 혼돈에 빠진 세계의 속에서 구원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 인간 본성에 관한 심오한 탐구로 가득한 이 작품에서 우리는 마침내 내면에 웅크린 무서운 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