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도 울리게 하는 소설.” 

톨스토이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고 느낀 전율적 감동을 한마디로 압축했다. 

무엇이 악마마저 떨리게 했을까. 이념이고 사상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다섯 명은 인류 전체가 추구해 온 이념을 각각 대표한다. 

표도르, 드미트리, 이반, 알료사, 스메르자코프는 모두 자신의 자아를 절대 포기하지 않고, 

상대 이념에 한 치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자기 안의 욕망과 정열과 광기를 마음껏 분출한다.

아놀드 하우저는 말한다. “그들은 사상을 위해 괴로움을 당하고 사람을 죽이고 목숨을 바친다.

그들에게 삶은 하나의 철학적 과제이고, 사상은 그들 생활의 유일한 내용이요 생략할 수 없는 단 하나의 활동이다.” 

덕분에 이 작품은 한 가문에서 일어난 엽기적 살인 사건을 다룬 막장극이면서 인류사적 이념들이 쟁투하는 거대한 무대가 된다.

이 작품에서 이기는 자는 결국 인류사적 종말 전쟁, 사상의 라그나로크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이다.

유명한 ‘대심문관’ 장에서 도스토옙스키는 그 오랜 사상 투쟁의 결과를 우리에게 암시적으로 알려준다. 

저주받아 병들어 있는 인간을 새로운 인간, 즉 더없이 고귀한 존재로 만드는 그 사상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잔인한 천재’ 도스토옙스키의 생애 전체에 걸쳐 펼쳐진 인간 구원의 광활한 드라마를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