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소에서 죽어가는 놈이 있다면, 그놈은 남의 빈 그릇을 핥으려는 놈들이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에서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말한다. 이 작품은 소비에트 체제의 악명 높은 수용소 생활을 다룬다. 작품의 주인공 슈호프는 제2차 세계 대전 때 전쟁에 나섰다가 독일군의 포로가 된다. 간신히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한 그는 조사 과정 중 반역 혐의를 받고, 특별한 죄도 없이 강제 노동 수용소에 갇힌다.
이 작품에서 솔제니친은 가혹한 추위, 혹독한 노동, 철저한 억압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슈호프의 ‘어느 운 좋은 하루’를 통해 우리에게 자유의 의미를 질문한다. 더 나아가서 작가는 극한의 비인간적 환경에서 어떻게 선량함을 잃지 않고, 자존감을 유지하며, 인간다움을 지켜갈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 작품은 일차적으로 소비에트 체제에 대한 비판이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짐승들이 날뛰면서 평범한 사람을 짓누르고 괴롭히는 세상은 소비에트 전에도 존재했고, 소비에트 바깥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옥이 끝없이 이어지는 이 세상이 망하지 않는 이유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인간다운 품위를 버리지 않고, 절대 남의 죽 그릇에 혀를 내밀지 않는 사람들 덕분이다. 솔제니친은 러시아 대지가 길러낸 이런 사람들을 ‘의로운 사람’이라고 부른다. 억압에 지지 않고, 고통에 패배하지 않는 이런 사람들이 우리를 구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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