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오롯이 끔찍할 따름이다. 삶은 무엇 때문에 귀가 먹는 것일까, 천둥과 번개 때문일까? 아니다, 곱지 않은 눈초리와 중상모략의 속닥거림 때문이다.”
『닥터 지바고』는 혁명의 격류와 자유의 영혼과 사랑의 언어가 교차하는 비극의 통로 속에서 탄생했다. 작품의 세 주인공인 지바고, 라라, 파샤는 모두 순수하고 자유로운 청춘이지만, 전쟁과 혁명의 거센 소용돌이는 그들을 휘감아 파멸의 구덩이 속으로 몰아넣는다. 엄혹한 현실이 순수한 이상을 배신하는 이야기는 흔하다. 그러나 작가는 러시아의 광활한 대지 위에 이들의 열정, 이들의 이상, 이들의 순수를 극도로 우아한 시적 언어로 기록함으로써 거기에 완벽한 진실성, 우뚝한 불멸성을 불어넣는다.
시간은 흐르고, 현실은 변화해도, 대지는 기억한다. 그렇다면 현실의 떠들썩한 말들에 충성할 것이 아니라 속삭이는 대지의 언어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게 아닐까. 파스테르나크는 말한다.
“오, 가끔은 재능 없이 고상을 떠는 컴컴한 인간의 말에서 도피하여 자연의 가시적인 침묵 속으로, 길고 집요한 노동의 감옥 같은 무음 속으로, 깊은 잠과 참된 음악과 영혼이 충만해져 벙어리 되는 조용하고 진정한 접촉의 말 없음 속으로 가고 싶어라!”
1958년 『닥터 지바고』로 파스테르나크가 노벨 문학상을 받고, 또 억지로 거부했을 때, 모두 이 작품을 냉전 체제 아래에서 정치의 언어로 읽으려 했을 뿐, 대지의 시학으로 읽으려 하지 않았다. 깊어 가는 봄밤, 함께 러시아의 대지가 써 내려간 혁명과 자유의 시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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