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대체로 평온한 존재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러나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오빠나 동생들과 똑같이 자기의 능력과 노력을 발휘할 터전을 필요로 하고 있다. 

여성들이란 집 안에 처박혀서 푸딩이나 만들고 양말이나 짜고 피아노나 치고 

가방에 수나 놓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보다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남성들의 소견 없는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제인 에어』에서 샬럿 브론테는 말한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친척집에서 눈칫밥을 먹고 학대 당하며 자란 한 여성이 억압적 사회체제와 낡아빠진 도덕질서를 극복하고, 

한 사람의 독립적 인간으로 성숙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계급과 재산이 한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부조리한 세계에서 주인공 제인은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임을 확인받는 동시에 

온전한 소속감을 누릴 수 있도록 진정한 사랑을 추구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룩하기 위해 분투를 거듭한다.

그녀의 가슴속엔 언제나 뜨거운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데, 

이 불꽃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넘쳐나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 사회에서 그녀의 자율성과 인간적 고귀함을 지켜 준다. 

“함께 산다는 것은 우리가 홀로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완벽한 조화가 그 결과입니다.”

이 때문에 제인은 사회적 위계를 극복하고 인간적 존엄과 평등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한다. 

이 작품은 나오자마자 큰 화제를 모으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나 

자의식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급진적 사상 탓에 금서에 오르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제인 오스틴과 메리 셸리의 뒤를 이어 여성 문학의 정수를 펼쳐낸 『제인 에어』와 함께 봄밤을 즐겨보자. 

* 강의는 민음사에서 나온 유종호 번역본으로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