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든 여자든 우리 인간은 아침과 저녁 사이에 수많은 실망감을 삼키곤 한다. 

눈물을 참고, 약간 핏기가 사라진 입술로 누군가 묻는 말에 ‘아, 아무 일도 아니에요!’라고 대답하곤 한다.”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는 '지방 생활의 고찰'이라는 부제처럼, 미들마치라는 가상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빅토리아 시대 영국 사회를 총체적으로 그려낸 대작이다. 

이 소설은 낭만적인 환상 대신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며 '어른들을 위해 쓰인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작가 조지 엘리엇의 본명은 메리 앤 에번스였지만, 여성이라는 편견을 피하기 위해 남자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했다. 

그녀는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의 삶이 낭만적인 영광보다는 실망과 좌절에 가깝다고 말한다. 

주인공 도로시아 브룩은 학문을 향한 열망을 품었지만, 

여성을 억압하는 시대의 제약 때문에 늙은 학자와의 결혼을 택하면서 또 다른 실망을 겪는다. 

혁신적인 의사 리드게이트 역시 시대의 제약에 갇혀 극도의 실망에 빠져든다.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좌절과 실망은 우리 삶의 기본적인 조건이다. 

작가는 삶의 진정한 비극은 파멸적인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겪는 일상 속에서 거듭해서 견뎌내야 하는 실망 속에 있다고 말한다. 

모두가 각자 저 나름의 고통을 겪고 있으며, 삶의 근원적인 환멸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묻는다. 

이 소설은 결혼을 둘러싼 낭만적 환상이 깨진 후의 삶을 탐구하며 독자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미들마치』는 단순한 로맨스 소설을 넘어서며, 현실을 견디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어른의 소설, 성인을 위한 책이 되었다.

정신의 위대함이 억눌리고 고귀한 충동이 증발한 냉혹한 현실에서도 우린 삶을 이어가야 한다. 

졸아들고 말라붙은 자아로도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돌려받아야 한다. 

어떻게 그 일이 가능할까? 우리 삶의 근원적 환멸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19세기 영문학의 최고 걸작인 『미들마치』와 함께 그 답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