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내를 잊지 못 해 집에 아내의 머리카락과 유품들을 모신 '예배당'까지 차려놓은 파울. 

어느 날 그 앞에 아내와 똑 닮은 무용수 마리에타가 나타나고, 그는 그녀에게 매혹되면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기억과 망각, 그 서글픈 경계를 노래하는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의 〈죽음의 도시〉의 줄거리입니다. 

어려서 모차르트에 견줄 만한 신동으로 칭송받았던 코른골트의 빼어난 재능은 일찍이 구스타프 말러가 공인하기도 했었죠.

그는 1920년대에 독일어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곡가로 각광받았고, 1930년대 이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할리우드 영화음악가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그런 코른골트가 스물세 살 때 발표한 〈죽음의 도시〉는 그의 최대 성공작이자 너무나도 매혹적인 작품입니다. 

말러, 슈트라우스, 푸치니 등을 연상시키는 후기낭만적 음률이 넘쳐흐르고, 표현주의 오페라의 강렬함과 빈 오페레타의 경쾌함까지 아우르고 있죠. 

떠나간 사랑과 잃어버린 시대에 대한 추억과 미련을 노래하고, 

나아가 그것 너머의 세계를 암시하는 이 오페라는 아방가르드와 표현주의가 범람하던 시기에도 '낭만주의'가 아직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웅변합니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에서 국내 초연 무대를 선보여 큰 호평을 받기도 했던 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오페라와 함께 다사다난했던 한 해, 

저물어 가는 한 시대를 함께 배웅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