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H. 로런스의 자전적 장편소설 『아들과 연인』(1913)은
노동자 계급 출신의 청년 예술가 폴과 어머니 거트루드 사이의 기묘한 애착 관계를 통해 성장의 의미를 묻는 현대 영문학의 걸작이다.
전통적 성장소설의 문법을 파괴하고 현대인의 내면 깊은 곳에 감추어진 자기 분열과 불안의 심리를 드러낸 이 작품은
이후 로런스 작품 세계의 기본 주제와 기법을 담고 있다.
그림을 좋아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폴은 무식하나 생기 넘치는 탄광 노동자 아버지와,
지적이고 청교도 도덕으로 무장한 교양 있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결혼에 환멸을 느끼고 남편을 증오하는 거트루드는 모든 애착을 아이들에게 돌린다.
큰아들이 세상을 떠나자 그 집착은 둘째 아들 폴에게로 옮겨가고, 폴 역시 어머니에게 과도하게 밀착된 애정을 느낀다.
어머니의 연인 같은 사랑이 너무나 강했기에 폴은 성장해서도 그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어머니는 폴에게 “자기 삶의 중심축이자 탈출할 수 없는 기둥”이었다.
결국 폴은 어머니의 간섭과 탓으로 미리엄과의 정신적 관계에도,
클라라와의 육체적 관계에도 만족하지 못한 채 끝없이 방황하는 정체성 혼란에 빠져든다.
이 현대의 ‘오이디푸스’는 세상 속에서 성숙에 도달하는 대신,
산업화된 현대 문명 속에서 소외와 모순에 시달리며 내적 혼란과 분열에 고통받는 청년들의 상징이 된다.
어머니가 죽은 후, 폴은 비로소 독립적 주체로 서서 욕망이 이글거리고 생명력이 불타오르는 도시를 향해 전진한다.
로런스는 이러한 열린 결말을 통해 부르주아적 교양과 청교도적 도덕 질서가 이룩한 낡은 세계를 안락사하고,
청년에게 욕망의 원시적 생기력이 치솟는 불꽃 같은 세계를 열어둔다.
희망도, 절망도 이후에 올 그 미지 속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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