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도 평전

조용한 혁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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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약 책 소개 


    “음악을 한다는 것은 연주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들을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

    - 클라우디오 아바도


    아바도와 수십 년을 동행한 음악 평론가가 그려낸

    인간 아바도, 지휘자 아바도의 첫 평전


    작은 소리에 귀 기울였기에

    침묵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유일한 지휘자,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를 지휘하는 거장,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자는 특이한 ‘연주자’다. 지휘자의 지휘봉은 실제로 소리를 내지 않지만 수십 개의 악기에서 소리를 끌어낸다. 기호에 불과한 음표들이 음악으로 현현하는 순간은 그야말로 ‘마법’과 같다. 그래서 지휘자는 소리의 ‘마술사’라고 불린다. 한편 연주자에게 지시를 내리기 때문에 그는 또한 권위 있는 리더로도 비쳤다. 지휘대의 영웅으로 군림하는 지휘자상은 이렇게 탄생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이런 전통적인 지휘자상에 넣을 수 없는 새로운 인물이었다.

    탈권위적 리더십으로 현대 음악사에 새로운 장을 연 음악가, 2014년 여든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음악계의 거장 클라우디오 아바도. 그의 일대기를 담은


    아바도와 수십 년을 동행한 음악 평론가가 그려낸

    인간 아바도, 지휘자 아바도

    지난 100년간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만큼 존경을 받은 지휘자는 없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주변에는 미묘한 평판이 흘렀다. 위대한 대가임이 분명하나 압도적이지는 않았던 지휘자, 매번 훌륭한 음악을 들려주면서도 끊임없이 고민했던 음악가,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좀처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 

    『클라우디오 아바도 – 조용한 혁명가』의 저자인 저널리스트 볼프강 슈라이버는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둘러싼 세간의 평가를 뒤로하고, 수십 년간 음악계에서 자신이 직접 보고 들으며 경험한 이야기를 토대로 인간 아바도, 지휘자 아바도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아바도의 육성은 물론이거니와 그와 함께한 음악가들의 증언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서술 방식은 아바도의 삶과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한다. 클라우디오 아바도라는 인물을 다시 쓰기 위해 저자는 그와의 개인적인 친분까지 반영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연대기 형식을 취한 이 책은 밀라노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빈에서의 유학 생활을 거쳐 뉴욕과 런던, 시카고, 베를린 등을 오고 갔던 아바도의 지휘 여정을 담담한 필치로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그 덕분에 독자는 음악을 사랑한 소년이 어떻게 “우리 시대의 가장 품위 있고 영향력 있는 지휘자”(요아힘 카이저)가 되었는지를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을 한다는 것은 들을 줄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음악을 듣는 최고의 방법, 침묵에 귀 기울이기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1933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집에서는 언제나 음악이 울려 퍼졌다. 아바도는 어릴 적부터 가족들과 실내악을 연주하며 자연스럽게 음악에 친밀감을 느꼈고 음악적 사고 능력을 길렀다. 볼프강 슈라이버는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성장 환경과 아버지의 독특한 교육법이 훗날 거장이 될 아바도의 음악 신념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서로의 음악을 주의 깊게 듣는 행위야말로 음악을 심도 있게 지각하는 방법”이라는 아버지의 지침은 아바도가 최고의 위치에 오른 뒤에도 마음속에 늘 자리했다. 


    “아버지가 알려준 본질적인 비밀은 함께 음악을 할 때 연주 자체보다 듣는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음악에서 ‘반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르쳤다. 그것은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면서 상대방 마음속으로 들어가, 말로 표현하지 못한 것과 감정과 사고까지 포착하려는 대화와 똑같다고 했다. 인생에서도 음악에서도 우리는 들을 줄 알아야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의 말을 따라갈 수 있다.” _23쪽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지휘자로서 음악이 주는 천상의 감동과 침묵이 주는 죽음 같은 허무 사이의 아찔한 낙차를 늘 경험했던 사람이다. 아바도가 평생 존경한다고 밝혔던 시인 횔덜린의 시에서도 그는 같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시인으로서 말보다 침묵을 끌어안고, 기교보다 진실의 무게를 앞세운 횔덜린에게 같은 예술가로서 경외를 느꼈을 것이다. 침묵을 듣는 것. 이것이 아바도가 생각한 올바른 연주의 핵심이었다. 리허설에서도 그는 단원들이 악기의 다양한 소리와 그 안에서 진동하는 소리의 관계를 꼼꼼하게 인지하고 분석적으로 들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음악이 울리기 전과 울린 후에, 음악이 흐르는 중에, 그리고 음악이 사라진 뒤에 여운을 느끼며 정적에 귀 기울일 것…….




    “나에게 음악이 무엇이냐고요? 전부입니다.” 

    인간을 지배하지 않으며 음악을 숭배한 음악가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여느 이탈리아인과는 달랐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의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의 예술에 감탄했고, 대화로 노동의 독을 빼내는 대신 독서로 지친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었다. 이 특성은 나이가 들어서까지 내향적인 지휘자 아바도의 식별표처럼 따라다녔다. 천성적으로 조용하면서도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잃지 않는 아바도의 면모는 그의 음악에도 고스란히 스몄다. 아바도 음악의 핵심은 어떤 압도적인 재능에 있지 않았다. 이 책은 아바도의 음악적 자산은 자기 자신을 지독할 정도로 돌아보는 성격과 탈권위를 추구하는 그의 타고난 성향에서 왔다고 밝힌다.

    아바도는 연주하는 작품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도 작품 깊숙이 들어갔다. 매번 연주할 때마다, 늘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냈다. “작품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휘자는 끝”이라는 신념은 자기 자신을 지독할 정도로 돌아보는 그의 성격에서 비롯했다. 또한 아바도는 압박 아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예기치 못한 외압이 들어올 때, 아바도는 그의 음악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고, 노력이 여의치 않다고 느끼면 아쉬움 없이 무대를 떠났다. 그는 자신의 천성에 맞게, 다시 말해 ‘자율’을 무기 삼아 경력을 이어나갔다. 아바도는 언제나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그들의 음악이 자유롭게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독려했고, 그 결과물을 취합해 음악을 만들어나갔다.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인간을 지배하지 않으며 음악을 숭배한 음악가’였다.



    “음악은 그 시대의 메아리이자 초상입니다.”  

    음악과 현실, 그 경계를 넘어서

    아바도가 어린이를 위해 쓴 음악책 『음악이 울려 퍼지는 집(La casa dei suoni)』(1986)에는 ‘음악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흥미로운 답이 담겨 있다. “음악과 현실의 관계를 언제나 눈앞에 그려보세요. 음악은 저마다 그 시대의 메아리이자 초상입니다.”

    아바도는 모든 음악이 삶과 직결되어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었다. 오페라의 성지 라 스칼라에서 독일 교향악을 올리고, 보수적인 빈에서 잊힌 명작들과 현대음악을 발굴해 소개했으며, 베를린에서 음악의 범주를 넘어서는 범문화적 프로젝트를 연이어 시도하면서 음악과 사회를 연결하고자 했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 상임 지휘자로 일하면서도 그는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 등과 같은 새로운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창설했고, 호세 아브레유 박사의 ‘엘 시스테마’ 같은 사회적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비록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2010년 그가 밀라노 공연의 개런티로 9만 그루의 나무를 요구한 일은 유명하다. 아바도의 관심이 음악뿐 아니라 인간을 둘러싼 폭넓은 환경과 문화에 있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예술가로서 그의 명망을 최고로 올려준 사건은 당연시되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 자리의 연장 계약을 스스로 포기한 일이다. 아바도에게는 지휘자로서의 최고 영예를 안정적으로 누리면서 전임 푸르트벵글러와 카라얀처럼 세계 최고의 악단을 장기간 지배할 수 있는 기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함께 음악을 할 수 있는’ 신선함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그를 위암 투병도 멈추게 하지 못했다. 그는 베를린 필 사임 이후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오케스트라를 출범시켰고 그와 함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음악가들과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아바도에게 음악은 고립된 분야가 아니라 삶의 현실이 메아리쳐 울리는 곳이었다.





    “음악은 함께하는 것입니다.”

    지휘대에서 이룬 ‘조용한 혁명’

    지휘자는 특이한 ‘연주자’다. 지휘자의 지휘봉은 실제로 소리를 내지 않지만 수십 개의 악기에서 소리를 끌어낸다. 기호에 불과한 음표들이 음악으로 현현하는 순간은 그야말로 ‘마법’과 같다. 그래서 지휘자는 소리의 ‘마술사’라고 불린다. 한편 연주자에게 지시를 내리기 때문에 그는 또한 권위 있는 리더로도 비쳤다. 지휘대의 영웅으로 군림하는 지휘자상은 이렇게 탄생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이런 전통적인 지휘자상과는 동떨어진 인물이었다. 아바도에게 음악은 함께하는 즐거움을 뜻했으므로 음악을 만드는 과정 역시 그러해야 했다. 그는 악단과 함께 음악을 만들고, 그 즐거움을 관객과 함께 나누기를 원했다. 무대는 지휘자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곳이 아니었다. 그는 연주자들에게 지시하는 대신 대화를 나눴고 그들 스스로 질문을 하게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연주자들은 그저 지휘자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함께하는 방법을 깨우쳤다. 이는 그의 음악 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청소년 오케스트라 창단과 교육 활동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아바도와 제자들은 허물없이 소통하며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았다. 

    이처럼 아바도는 지휘자의 권위를 주장하지 않았고 카리스마적인 지휘자상에 반대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그에게 권위를 실어주었다. 자신을 앞세우지 않을 때 생겨나는 품위와 자기 삶과 신념을 일치시킬 때 오는 감동이 그들을 매혹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권위가 주는 편의를 내던졌으므로 그의 행보에는 정당성이 있었다. 아바도가 지휘대에서 이룬 ‘조용한 혁명’은 여전히 권위주의에 기대고 싶어 하는 우리의 낡은 감성에 깊은 교훈을 준다. 비록 과묵하고 결코 요란하지 않았지만, 그가 한 것은 ‘혁명’이었다. 음악을 생각하고 바라보는 눈을 결정적으로 달라지게 한 듣기의 혁명.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듣기에도 잔잔한 변화가 일기를 바란다. 




    ■ 차례


    1. 팬클럽

    2.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1933~1949)

    ‘음악이 울려 퍼지는 집’ 

    ‘독서는 우리를 신비롭게 만든다’ 

    3. 밀라노와 빈의 학창 시절(1949~1958)

    문학사 산책: 살바토레 콰시모도 

    시에나 강좌: 주빈 메타와 다니엘 바렌보임 첫사랑 

    빈: 스승 한스 스바로프스키

    4. 콩쿠르 우승과 지휘대 정복(1958~1968)

    파르마에서 실내악을 가르치다

    신세계로 떠나다: 뉴욕의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 경력의 시작

    5. 오페라의 표준: 스칼라 극장(1968~1986)

    밀라노의 혁신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오페라 ‘기본 레퍼토리’

    6. ‘무지카/레알타’: 클라우디오 아바도, 루이지 노노, 마우리치오 폴리니

    7.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그의 청소년 오케스트라들

    8. 지휘대에서 얻은 많은 직함(1972~1985)

    9.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1979~1987)

    10. ‘감정의 궁전에서’: 빈 국립오페라(1986~1991)

    ‘빈 모데른’ 

    프로그램 구성 

    새로운 사랑 

    빈과 작별하다 

    11. 베를린 필하모닉 I(1989~1998)

    베를린 필과 그 지휘자들

    선출 

    베를린에서의 첫해

    리허설 방식과 음악의 이상: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의 자취를 따라서 

    ‘베를린의 음악’ 

    초청 공연, 연주 여행, 잘츠부르크 부활절 음악제 

    지멘스 음악상 

    12.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베를린 테마 음악회

    시리즈 1: 횔덜린(1993)

    시리즈 2: 파우스트(1994)

    시리즈 3: 고대 그리스(1994~1995) 

    시리즈 4: 셰익스피어(1995~1996) 

    시리즈 5: 알반 베르크/게오르크 뷔히너(1996~1997) 

    시리즈 6: 방랑자(1997~1998) 

    시리즈 7~8: ‘트리스탄과 이졸데-사랑과 죽음의 신화’, ‘아모레 에 모르테’(1998~1999)

    시리즈 9: ‘음악은 지상의 즐거움’(2000~2001)

    시리즈 10: 파르지팔’(2001~2002) 

    13. 베를린 필하모닉 II(1998~2002) 

    베를린 필 재계약 포기의 충격 

    베를린 필 고별 음악회 

    14. 친구들과 함께 만든 오케스트라: 루체른(2003~2013)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언제나 다시 베를린 

    15. 이탈리아와 라틴아메리카 

    모차르트 오케스트라 

    밀라노 스칼라 극장으로의 귀환 

    라틴아메리카 참여 활동: ‘엘 시스테마’

    16. 만년의 연주 활동 - 내면화한 듣기

    관현악 연주로 드러나는 세계관 

    음반 제작 

    17. 죽음과 변용

    한 인격과의 만남


    옮긴이의 말 

    미주 

    음반과 영상물 

    인명 찾아보기 



    ■ 발췌

    훗날 아바도는 자신의 피아노 연주에 대한 아버지의 ‘무자비한 비판’ 외에 듣기에 관한 중요한 조언을 떠올렸다. 서로의 음악을 주의 깊게 경청하는 것이야말로 음악을 심도 있게 지각하는 방법이라는 지침이었다. “아버지가 알려준 본질적인 비밀은 함께 음악을 할 때 연주 자체보다 듣는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음악에서 ‘반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르쳤다. 그것은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면서 상대방 마음속으로 들어가, 말로 표현하지 못한 것과 감정과 사고까지 포착하려는 대화와 똑같다고 했다. 인생에서도 음악에서도 우리는 들을
    줄 알아야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의 말을 따라갈 수 있다.”
    _2장,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예술 이념과 실천에는 청소년 음악에 기여하겠다는 책임 의식도 포함되어 있었다. 젊은 음악가의 사회적 역할과 연주의 자발성 및 유연성에 관심을 가지고 개인적으로도 깊이 이입했기 때문이었다. 아바도는 뛰어난 결단력을 바탕으로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창립했고 열정적으로 지도했다. 오케스트라 꿈나무들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는 그의 신념과 일치하는 일이었다.
    _7장,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그의 청소년 오케스트라들

    느긋해 보이는 신임 예술감독과의 첫 오케스트라 리허설. 말러의 교향곡 1번의 악보가 보면대에 놓여 있다. 단원들은 아바도의 집중력과 여유로움에 큰 인상을 받은 듯하다. 말러의 교향곡 3악장을 연습한다. ‘장중하고 위엄 있게, 그러나 처지지 않게’ 연주하라는 지시어가 있고, 〈자크 형제〉의 선율을 콘트라베이스와 관악기가 신랄하게 비틀어 연주한다. 단원들 얼굴에서 크게 만족해하는 표정이 보인다. 곧 요란하게 치솟아 오르는 마지막 악장이 이어진다. 승리의 코다에 이르자 명령이라도 받은 것처럼 여덟 명의 호른 주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익숙한 듯 똑바로 서서 힘찬 선율이 약동하는 합창풍의 악절을 연주한다. 아바도는 당황해서 호른 주자들 쪽을 바라보다 고개를 젓고 웃으며 연주를 중단시킨다. 그리고 호른 주자들에게 왜 여기에서 격정적인 감정 과잉의 동작을 포기해도 되는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런 것은 말러 시대에는 대단히 근사했지만, 오늘날에는 너무 나간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단원들이 조용히 또는 소리 내어 웃는다. 그들은 아바도의 단도직입적이지만 부드러운 훈계를 받아들인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아바도에게 비판을 받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친근한 어투 때문에 진지하게 대접받았다고 생각한다. 
    _11장, 베를린 필하모닉 I(1989~1998)

    감수성이 넘치는 전설적인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아바도는 극단적인 축약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클라이버는 1970~1980년대에 이따금 동료들의 오케스트라 리허설 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음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중 빈에서 열린 아바도의 리허설이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터라 그는 훗날까지 그때의 단 한 순간을 기억했다. “클라우디오는 최고로 간결한 지시를 내렸다. 슈베르트의 교향곡을 연습하다가 귀에 들려온 대목이 마음에 들지 않자 그는 연주를 중단시키고 이렇게만 물었다. ‘왜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명료한 표현은 없었을 것이다.
    _11장, 베를린 필하모닉 I(1989~1998)



    자기 통제와 반권위주의는 아바도의 좌우명이 되었다. “내가 모든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존중하면 그 존중은 다시 내게 돌아온다. 바로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면 더는 상관을 대할 때처럼 지휘자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것을 혐오한다.”

    _11장, 베를린 필하모닉 I(1989~1998)


    무대로 입장할 때 그는 오케스트라 지휘의 ‘왕홀’이자 음악과 연주자들을 장악하는 이른바 ‘권력’의 상징인 지휘봉을 결코 눈에 보이게 손에 쥐지 않았다. 그는 지휘봉을 보이지 않게 숨겼다. 지휘대에 서서 연주를 시작하기 직전에야 비로소 지휘봉을 무심한 듯이, 그러나 빠르고 신중하게 소매에서 꺼냈다.

    _17장, 죽음과 변용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배려의 기술을 터득한 사람이었다. 거기엔 상대방을 무장 해제시키는 힘이 있었다. 연주회가 끝나고 짧게 이야기를 나눌 때조차 그는 상투적으로 예의를 차린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방문객에게 주의를 기울였다. (……) 아바도의 넉넉함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솔직한 인상을 풍겼다. 그리고 거기에는 마주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담겨 있었다.

    _17장, 죽음과 변용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음악은 그를 관통해서 흐른 것 같다. 그는 음악에 방해가 된 적이 없다. 그는 음악이 흐르는 길을 깨끗이 만들었고, 그 길을 열어놓았다. 거창하게 무슨 수고를 한 게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낮춤으로써 그렇게 했다. (……) 그의 음악에서는 아주 작은 16분음표의 움직임부터 대규모 형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자유로이 떠돌았다. 할 수만 있다면 청중도 자유로이 노닐 수 있었고 아바도 자신도 그렇게 노닐었다.

    _17장, 죽음과 변용



    ■ 작가 소개


    지은이 볼프강 슈라이버 Wolfgang Schreiber

    1939년 독일 코블렌츠에서 태어난 볼프강 슈라이버는 독일어권의 저명한 음악 비평가다. 마인츠, 밀라노, 레겐스부르크에서 철학, 독문학, 역사, 음악학을 공부했고, 그 후에는 빈에 머물며 일간지와 방송 등에서 통신원으로 일했다. 1978년부터 2002년까지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문예란 편집자 겸 음악 비평가로 활약했으며, 현재도 음악 평론을 기고하고 있다. 2002년부터 자유 언론인으로 뮌헨과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음악 활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그의 음악 인생에 동행했다. 


    옮긴이 이기숙

    연세대학교 독어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언어학을 공부한 뒤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독일 인문사회과학서와 예술서, 그리고 소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제17회 한독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새해』,

    도서명 아바도 평전
    저자 볼프강 슈라이버
    출판사 풍월당
    크기 147×205mm
    쪽수 368쪽
    제품구성 낱권
    출간일 2020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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