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 평전

가장 순수한 낭만주의 음악가 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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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약 책 소개

     

    슈만은 어떤 음악가인가?

    클라라의 영원한 사랑, 브람스의 스승, 라인강에 몸을 던진 비극적인 광인…….

    우리는 이런 단면 그림을 넘어서서 낭만주의 한복판에 서 있던

    한 음악가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가장 순수한 낭만주의 음악가 슈만

    슈만 평전으로 제자리를 찾다

     

    음악사에서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의 위치는 여러 가지로 기묘하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음악가로서 널리 알려졌지만, 어느 영역에서도 제왕적이거나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지는 못하는 불운한 천재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슈만은 정말로 그냥 베토벤과 브람스 사이에 놓인 작곡가인가?

    슈만 평전의 저자 이성일은 그러한 슈만의 자리매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는 이백여 년 전 먼 유럽에서 벌어진 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하나의 이야기로 펼쳐놓는다. 한 인간의 삶을 제대로 만나는 것은 곧 그의 예술을 이해하는 첩경이 되기에, 이 책은 슈만과 관계된 사람, 사회문화적 환경, 음악의 내력과 뿌리를 최대한 폭넓게 보여주며 슈만이 어떤 인물인지 볼 수 있는 너른 시각을 제공한다.

    클라라의 영원한 사랑, 브람스의 스승, 라인강에 몸을 던진 비극적인 광인……. 우리는 이런 단면 그림을 넘어서서 낭만주의 한복판에 서 있던 한 음악가를 이 한 권의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예술과 비평, 음악과 문학, 낭만적 사랑과 내적 고독, 어두운 내면과 반짝이는 환상 등을 그처럼 철저하게 보여주는 예술가는 없었다. 슈만은 우리 생각보다 큰 사람이다. 슈만의 의미는 우리의 짐작보다 더 무겁다. 슈만 평전은 그것을 말하기 위해 세상에 나온 듯하다.

     

    가장 순수한 낭만주의 음악가 슈만

    슈만 평전으로 제자리를 찾다

    음악사에서 슈만의 위치는 여러 가지로 기묘하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음악가로서 널리 알려졌지만, 어느 영역에서도 제왕적이거나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지는 못하는 불운한 천재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비록 통속적인 접근이기는 하지만, 슈만에게는 타이틀이 없다. 하이든에서 베토벤, 브람스, 말러로 이어지는 독일 교향악 계보에서 그의 위치는 그간 독특한 과도기적인 시도쯤으로 여겨져 왔다. 피아노 음악은 동시대의 쇼팽과 리스트 다음으로 여겨졌다. 다양한 장르에서 준수한 작품을 남겼지만, 그런 완성형작곡가 중에 당대 사람들이 최고로 쳤던 것은 멘델스존이었다. 슈만의 가곡은 장르사를 바꿔 놓은 명작이지만, 그래도 가곡의 왕은 슈베르트다. 요컨대 훌륭하고 독특한 ‘2등 작곡가가 곧 슈만인 것이다.

    슈만 평전의 저자 이성일은 그러한 슈만의 자리매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슈만은 정말로 그냥 베토벤과 브람스 사이에 놓인 작곡가인가? 저자는 이백여 년 전 먼 유럽에서 벌어진 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하나의 이야기로 펼쳐놓는다. 한 인간의 삶을 제대로 만나는 것은 곧 그의 예술을 이해하는 첩경이 되기에, 이 책은 슈만과 관계된 사람, 사회문화적 환경, 음악의 내력과 뿌리를 최대한 폭넓게 보여주며 슈만이 어떤 인물인지 볼 수 있는 너른 시각을 제공한다.

    클라라의 영원한 사랑, 브람스의 스승, 라인강에 몸을 던진 비극적인 광인……. 우리는 이런 단면 그림을 넘어서서 낭만주의 한복판에 서 있던 한 음악가를 이 한 권의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예술과 비평, 음악과 문학, 낭만적 사랑과 내적 고독, 어두운 내면과 반짝이는 환상 등을 그처럼 철저하게 보여주는 예술가는 없었다. 슈만은 우리 생각보다 큰 사람이다. 슈만의 의미는 우리의 짐작보다 더 무겁다. 슈만 평전은 그것을 말하기 위해 세상에 나온 듯하다.

     

    음악으로 연대를 추구한 비평가, 인간 내면을 들여다본 작곡가

    낭만주의를 온몸으로 살아낸 슈만

    슈만은 비록 당대에 그의 동료들보다 덜 인정받았을지 모르지만 전반적인 음악 문화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중요한 공헌을 했다. 음악을 스스로 작곡할 뿐 아니라, 의미를 찾아내고 가치를 부여하는 일까지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가 만든 신음악지는 단지 비평가 슈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평론 문화의 태동이었고, 그가 결성한 다윗 동맹은 예술을 그저 감성 소비로 치부하는 속물성에 반대하겠다는 하나의 지향점이었다. 그 이전에도 음악가가 자신의 생각을 적어두거나 다른 이에게 전하는 일은 늘 있었다. 그러나 동아리와 평론지를 만드는 것은 공론의 장을 펴놓는 일, 일종의 예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과 같았다. 누구라도 이 장에서 예술의 방향성과 역할에 대해 토론할 수 있었고, 새로운 작품의 의미에 대해 묻고 답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그는 쇼팽과 베를리오즈를, 나중에는 브람스를 소개했고, 낭만주의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예술을 대하는 진정한 태도를 논했다. 말하자면, 슈만은 그보다 더 유명한 1810년 세대의 다른 음악가들보다 월등하게 인문학적인 사람이었다.

    작곡가로서도 슈만은 폭이 넓었다. 그는 인간 내면의 복잡성에 매료된 작곡가였다. 마치 장 파울이나 E. T. A. 호프만의 세계를 음악으로 구현하는 것처럼 때로는 환상적이고, 때로는 비합리적이며, 때로는 비약을 선보이며 음악 표현의 영역을 넓혔다. 단정하고 다소 보수적인 멘델스존이나, 기교와 외향적 효과를 앞세우는 리스트에 비해 슈만은 기존의 음악에서 다루지 않던 인간의 어두움을 누구보다도 과감하게 표현한다. 체계적이지만 파편적이고, 서정적이지만 낯설게 이탈하며, 열광적이지만 늘 침묵에 가까운 슈만의 음악 언어는 그가 자기 내면을 철저하게 관찰하며 그 복잡함을 성찰한 결과물이다. 말하자면 외적으로는 연대를 추구하고, 내적으로는 인간 마음의 구도자가 되려 했던 것이 작곡가 슈만이다.

    영국의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는 슈만을 나의 이상이라고 했다. 빌헬름 푸르트벵글러는 슈만이 가장 순수한 낭만주의 음악가라고 했다. 슈만은 개인의 자유와 은밀한 내면세계를 중시하는 19세기 낭만주의 정신을 구현하기에 매우 적합한 성향의 인물이었다. 극도로 예민한 감성, 주체할 수 없이 분출하는 영감을 포착해 뜨거운 자기주장으로 빚은 슈만의 예술은 프랑스 혁명 이래 팽배해진 새로운 시대정신, 감정의 해방, 자유 이념, 내면과 자아에 대한 끝없는 탐험 내용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19세기 대작곡가 가운데 슈만보다 더 그 시대 이미지에 부합하는 인물은 없다.

     

    슈만의 음악은 거의 다 그의 영혼에서 흘러나왔다.”

    음악과 삶이 하나 된 음악 세계

    작품을 통해 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슈만의 경우는 그 속 풍경이 너무나 선명해서,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치 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 같다. 슈만처럼 그 음악과 일치하는 작곡가도 드물 것이다. 슈만이 쓴 에세이와 비평문을 모은 음악과 음악가에 관한 문집(1854)나는 살아온 인생과 작품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글이 남아 있을 정도다. 지휘자 펠릭스 바인가르트너는 슈만의 음악은 거의 다 그의 영혼에서 흘러나왔다고 했다.

    슈만은 음악과 자신을 일치시킨 낭만주의 시대 대표적인 음악가였다. 실제로 슈만이 쓴 많은 음악은 그의 삶 순간순간과 연결되어 있다. 슈만은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슈만 평전은 바로 그런 슈만 음악의 자전적인 특징만으로도 특별한 책이다. 슈만은 자기 안에 두 개의 다른 자아가 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이름을 붙였다. 하나는 플로레스탄, 다른 하나는 오이제비우스였다. 플로레스탄은 격정적이고 환상을 분출하는 자아다. 비평가로서는 강렬하며 신랄한 비판적 언어를 구사한다. 반면 오이제비우스는 내향적이고 애상적인 자아를 뜻한다. 비평가로서는 정신성을 지향하는 언어를 구사한다. 슈만은 이 두 자아를 서로 대립시키고 조합하면서 환상과 명상을 오가는 독특한 음악 세계를 창조해 냈다.

     

    플로레스탄은 거칠고

    오이제비우스는 온화하니

    눈물과 불꽃

    그 둘 모두를 품어라

    내 마음속 그 두 사람

    곧 고통과 환희로구나

    - 슈만, 사랑의 시간들중에서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음악을 듣기 위하여

    음악사 하면 음악과 직접 관련된 이야기만을,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여겨지는 작곡가들의 간추린 이야기만을 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취사선택한 대표 이미지만을 가지고 어느 예술가를 바라보게 된다. 시야가 좁아지는 것이다. 모차르트는 요절한 신동 음악가이고, 베토벤은 귀가 먹은 영웅인가?

    저자는 대중 취향을 겨냥한 예술이 아니라서, 기교상 어려운 부분이 많은 음악이라서, 슈만 음악의 본질이 문학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 슈만의 음악을 오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에게 묻는다. 또 슈만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 오로지 몇몇만이 감상자에게 전달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며 덜 알려진 작품들을 공들여 설명한다. 그러한 편식을 불식시킬 때 슈만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특히 오라토리오 천국과 페리나 극음악 괴테의 파우스트 장면등에 깃들어 있는 슈만이 기울인 각고의 노력과 두려움, 바흐 작품에 대한 열광이 빚어낸 그의 푸가 작품들, 만년의 작품들을 둘러싼 갖가지 오해와 같은 이야기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음악가 슈만이 지닌 다면성을 심도 있게 조망한다. 음악과 삶이 하나 된 슈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음악을 듣기 위하여, 슈만의 영혼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하여 이 책은 더없이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차례

     

    오마주

    머리말

     

    1장 탄생과 유년 시절 1810~1822

    2장 문학과 음악 사이 1823~1828

    3장 라이프치히의 법과 대학생 1828~1829

    4장 하이델베르크의 대학생 1829~1830

    5장 라이프치히의 기회와 실망 1830~1833

    6장 라이프치히의 음악비평가 1833~1834

    7장 클라라와의 사랑 1835~1838

    8장 빈의 기회와 좌절 1838~1839

    9장 사랑의 역경과 투쟁 1839~1840

    10장 노래의 해 1840. 2~1841. 1

    11장 교향악과 실내악의 해 1841~1842

    12장 오라토리오와 러시아 여행 1843~1844

    13장 드레스덴 시절 1845~1850

    14장 뒤셀도르프의 지휘자 1850~1854

    15장 엔데니히의 비극 1854~1856

     

    연보

    참고문헌

    인명 찾아보기

     

     

    발췌

     

    적어도 일곱 살 이전까지는 슈만의 가정에서도 슈만의 마음속에서도 예술이란 곧 문학을 의미했다. 따라서 그 시기 슈만의 장래 희망은 당연히 시인이나 소설가였다. 일곱 살에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우고 음악 공부를 하면서 슈만의 가슴속에서는 음악의 영역이 점차 더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음악은 문학과 함께 슈만의 중요한 관심사였다. 문학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음악적 관심이나 활동 역시 많아졌다. 슈만은 어느 순간 음악 역시 자신이 영원히 추구해야 할 어떤 귀중한 정신적 가치라고 생각했다.

    _2, 문학과 음악 사이

     

    그토록 우러러보던 베토벤과 슈베르트를 잃은 시대에, 조금 유능한 재주꾼들을 천재로 치켜세우고 화려한 기교만 앞세워 깊이가 없는 음악을 양산해 즐기는 음악계의 상황을 슈만으로서는 도저히 참아낼 수 없었던 것이다. 슈만은 특히 으리으리한 저택에 모여서 흥을 돋우며 자극적인 음악을 향유하는 사람들을 경멸했다. 당시 슈만이 속물 음악가라고 지칭한 사람은 경박하고 오락성이 강한 이탈리아 오페라를 쓰는 작곡가, 그리고 앙리 헤르츠, 프란츠 휜텐 같은 화려한 기교의 음악을 쓰거나 귀만 즐겁게 하는 작품을 쓰는 작곡가였다.

    _6, 라이프치히의 악비평가

     

    쇼팽이 다녀간 저녁에 비크의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슈만이 쇼팽에게 받은 작품을 훑어보고 연주해 보려고 피아노에 앉았지만, 불구가 된 손가락이 도대체 의지를 따라가지 못해 미칠 지경이었다. 슈만은 절망하면서 소리쳤다. “누구 손가락 좀 빌려줄 사람 없어요?” 클라라가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급히 슈만에게로 다가왔다. 슈만은 악보를 앞에 놓고 어린아이처럼 팔을 축 늘어뜨리고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양미간을 찌푸린 클라라가 슈만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제가 빌려줄게요.” 클라라는 그 자리에 앉아 쇼팽에게 받아온 곡을 모두 연주해 주었다.

    _7, 클라라와의 사랑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슈만은 이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성격의 비크 선생을 설득해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어렵겠다고 판단하고 다른 길을 모색했다. 공부는 안 했지만 그래도 법학도였으니 법에 호소하기로 먼저 결심한 것은 슈만이었다. 비크의 훼방에 대한 방어적 조치로 슈만은 68일 자로 라이프치히 법원에 보낼 탄원서를 작성했다. 그의 스물아홉 번째 생일에 맞춰진 탄원서는 비크가 아버지로서 최소한 뜻을 같이하든가 그게 안 된다면 법원에서 원고들이 결혼하도록 승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클라라의 서명이 필요했기 때문에, 슈만은 꼼꼼하게 작성한 탄원서를 파리에 보냈다.

    _9장 사랑의 역경과 투쟁

     

    슈만의 노래 작곡가로서의 천재성에 최초로 감탄하고 매혹되었던 사람은 창작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클라라였다. 클라라는 슈만의 음악 재능 중에서 특히 노래를 작곡하는 능력에 매혹되어 이런 말을 남겼다. “이 세상에서 당신처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없어요.” 슈만이 이룩한 리트 예술의 빛나는 금자탑은 훌륭한 후배들에게 큰 바위 얼굴이 되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슈만을 바라보며 창작 활동을 하던 브람스가 중요한 리트 예술 작곡가로 성장하여 바로 슈만을 계승했고, 그 뒤로 뛰어난 가곡 작곡가 후고 볼프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_10, 노래의 해

     

    청중들은 상당히 좋은 반응을 보였지만, 슈만 자신은 불만족스러웠다. 이 연주회를 마친 뒤에 그는 편집자이며 출판인인 알프레트 브렌델에게 작곡하면서 계속 가지고 있던 불안감을 고백했다. “그 음악이 괴테 텍스트의 의미를 처음으로 명확하게 만들어주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할 때, 나는 정말 기뻤어요. ‘그렇게 완벽한 시에 음악을 붙였다면서 그 핵심이 도대체 뭡니까?’라는 식의 비난을 듣지나 않을까 두려웠거든요.”

    _13, 드레스덴 시절

     

    슈만은 여전히 망상에 시달렸다. 그는 책상에 오랫동안 앉아서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많았다. 천사의 음성을 듣겠다고 하는 행동이었다. 그러다가 가끔씩은 눈을 떠서 노래를 하고는 그가 방금 노래한 가사를 몇 줄 적어보았다. 천사의 음성을 받아 적는 것 같았다. 다음 날에도 이런 행동이 지속되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한차례 천사와 악령이 다녀간 뒤 슈만은 평정심을 되찾고 매우 깨끗한 심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슈만은 며칠에 걸쳐 밤에 천사가 들려주었다는 주제를 가지고 변주곡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몇 분간 음표를 열심히 그리다가 잠시 곁에 있는 클라라가 느껴지면 펜을 놓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슈만은 클라라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자기를 버리고 떠나라고. 자신이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면 자칫 클라라에게 어떤 피해를 주지나 않을까 염려해서 하는 말이었다.

    _14, 뒤셀도르프의 지휘자

     

    클라라가 슈만의 방에 들어간 때는 오후 6시에서 7시 사이였다. 심한 폐렴까지 앓고 있어 계속 기침을 하며 호흡곤란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슈만이 침대에 만신창이가 되어 널브러져 있었다. 클라라가 천천히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낀 슈만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멍한 눈이었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클라라가 얼굴을 가까이 대자 슈만은 떨리는 눈동자로 쳐다보더니 이내 힘껏 클라라를 끌어안았다. 힘겹게 의식을 유지한 채, 슈만은 몇 마디 중얼거렸다. 그 소리는 너무 작아 클라라 외에는 아무도 들을 수 없었다. 이때 클라라가 슈만과 잠깐 나눴던 대화, 아니 순간의 교감 내용은 클라라가 일기에 적어놓은 그대로다.

    내가 먼저 나의라는 말을 꺼냈을 때 그는 확실히 클라라라고 말하고 싶어 했다. 그는 아주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나 알아볼 수 있어…… 당신을…….”

    _15, 엔데니히의 비극

     

     

    작가 소개

     

    지은이 이성일

    음악이 무엇인지도 모를 때 아버지가 들려준 피아노 연주로 슈만의 음악을 느꼈다. 오랜 기간 여러 지면에 음악 칼럼과 평문을 쓰며, 슈베르트, 멘델스존, 브람스, 슈만 등 주로 오스트리아, 독일 음악가를 연구했다. 저서로는 자유롭지만 고독하다브람스의 생애와 예술, 브람스 평전등이 있다.

     


     

    도서명 슈만 평전
    저자 이성일
    출판사 풍월당
    크기 152×215mm
    쪽수 832쪽
    제품구성 양장본
    출간일 2020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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